셋업 중인 랩이고요. 여기 계신 선배님들은 다 우수한 실력으로 본인의 연구를 진행해 가고 계십니다. 이제 곧 실적들이 나올 거예요. 이런 상황에서 입학한 후 교수님의 교육 철학에 따라 이것저것 다 했습니다. 셋업 포함해서요.
교수님은 기대치가 매우 높으심과 동시에 엄청나게 방목형이십니다. 자율성을 존중해 주시지만 저에게는 그게 조금 독이 된 것 같아요. 분야도 바뀌었고 제게 주어진 일의 범위와 주제가 아주 초면이니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스스로 공부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교수님도 제 프로젝트들에 대해서는 경험이 아예 없으시거든요. 랩실에서도 제 걸 하시는 분이 없습니다. 뭐 이것도 다 핑계겠죠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나는 노력하는데 아직 실험은 시작하지도 못했고, 졸업은 다가오고, 교수님께서는 절 부족하게만 보시는 것 같아요. 매일 지적받아요. 그리고 빨리 시작하자는 말과 함께 제 부족함을 매일 짚으시는데 구체적인 디렉션은 없습니다. 그냥 제시하고 개선할 때마다 욕을 먹는다 느껴져요. 저만 미운털 박힌 미운오리새끼가 된 것 같습니다. 유일한 타대생이기도 하네요.
저만의 독립적인 연구를 진행한다는 게 갈수록 버겁습니다. 그냥 쉽게쉽게 박사 연구 받아서, 사수와 함께 실험 진행하고 그냥 그러고 싶어져요. 다른 인턴이나 석사들, 친구들은 그러거든요. 근데 저는 왜 기댈 곳이 없을까요. 저는 연구자로서의 깜냥이 안 되나봅니다. 매일 외롭고 자괴감 들어요.
수면 부족과 장시간 좌식 생활, 식사 불량 등으로 몸도 정말 동나는 것 같고요. 스트레스가 과도하니까 그것도 건강에 영향을 미치네요.
다들 이유는 다르겠지만 비슷한 감정으로 대학원 생활을 버티고 계실 것 같습니다. 어떻게 버티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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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개
2026.10.29
박사가 하는 거 받아서 쉽게쉽게 진행하는 것을 부러워할 필요도 없고, 자신을 거기에 비교해 자존감 떨어뜨릴 필요도 없습니다. 처음부터 맨땅에 헤딩을 하는 것이 오히려 나중에 혼자 독립적으로 해야하는 상황이 왔을 때, 잘하실 수 있을 겁니다. 경험이 곧 나의 무기가 되니까요.
연구라는 것은 어떤 주제를 갖고 어떤 연구 가설을 세우고 어떤 실험을 하고, 어떤 결과를 얻고, 그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연속입니다. 그 기반에는 왜 그런 주제를 갖고, 왜 그런 연구 가설을 세웠으면, 왜 그 실험을 했으며, 왜 그 결과를 의미가 있고 없고, 왜 그렇게 해석하는지, 그리고 이 결과가 기존 연구와 차이점이 무엇인지, 왜 그 차이가 의미가 있고, 향후 관련 주제에 어떤 점을 시사 또는 제안할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분야가 바뀌어도 위의 맥락은 똑같을 겁니다. 박사 선배가 교수가 해보지 않은 프로젝트라고 해도, 같은 메카니즘으로 바라보면, 글쓴이의 연구가 논리적으로 말이 되는지 그렇다면 무엇을 제시하고 있는지 뭘 이야기하고 싶은 건지는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거기서, 글쓴이의 실험 결과 및 해석 그리고 주장의 근거가 논리적이냐 아니냐는 도움을 줄 수 있을 겁니다.
2026.10.29
대댓글 2개
2026.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