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가 아닌 연구소에서도 학위과정을 밟을 수 있는것 아시나요?

대학원 진학시즌이 다가오면서 대학원 진학을 알아보시는 분들이 많을것 같아요.

보통은 대학교/학과별로 교수님들을 알아볼텐데, 국가연구소(정부에서 돈을 출자해서 만들어서 보통 '출연연'이라 부릅니다)에서도 학위과정을 밟을 수 있습니다.

출연연에는 각 연구주제별로 센터들이 나뉘어져 있고(대학교 학과처럼), 각 센터에는 연구원들인 박사님들이 계십니다.(대학교로 치면 지도교수)

이 박사님들이 랩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랩에서 실질적으로 연구를 수행할 학생들을 필요로 하며, 이 때문에 학생연구원을 모집하게 됩니다.

학위과정을 밟는다고 표현했지만, 엄밀하게 말해서 출연연은 대학교가 아니기 때문에 출연연이 학위를 줄 순 없습니다. 

그래서 이 해결책으로 대학교와 연계해서 학위를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입학은 학연 협력협정이 있는 대학교에 입학해서 졸업장도 그 학교에서 받고 심지어 졸업논문의 지도교수도 그 학교의 교수님으로 적혀있지만(!!)

실질적인 지도교수는 연구소의 박사님인 것이죠.(보통 학위심사위원으로 참여합니다)

(참고: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연구소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협력협정이 있는 대학은 고려대, 연세대, 한양대 등 총 22개의 대학이 있습니다. KIST의 협력대학교 목록 링크)

예를 들어 석사과정을 고려대학교 학연생으로 KIST에 입학하게 되면, 수업이 있는 날은 고려대에서 수업을 듣고(석사 수료하려면 학점이수를 해야합니다), 수업이 없는 날은 KIST에서 박사님의 지도하에 연구를 수행하면서 논문을 쓰게 됩니다.

좀 골치아픈 부분은 연구실의 박사님한테 컨택을 해서 면접에서 합격하고, XX대학교 학연과정으로 지원하자 라는 결론이 나더라도 진짜 합격이 되는지를 알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원칙적으로 대학원 합격자는 XX대학교에서 결정하기 때문에 XX대학교 입학면접에서 탈락하면 그냥 탈락입니다. 

연구소에도 합격해야 하기도 하지만, 경쟁률이 좀 있는 대학교 학연을 지원한다면 입학면접에서도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연구소 박사님은 XX대학교 소속도 아니고, 학생선발 권한이 없기 때문에... 합격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학생선발시의 이런 머리아픈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출연연들이 학위를 주면 됩니다. 

그래서 전국의 출연연들을 모아서 대학교를 하나 만들었습니다ㄷㄷ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라고, 그냥 줄여서 UST라고 많이 부르는데, 여기에는 출연연들의 거의 모든 박사님들이 교수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UST 교수 겸 출연연 연구원인 것이죠. 그래서 UST로 학생이 입학하면 선발과정에서의 눈치싸움도 할일도 없고 박사님들 입장에선 편합니다.

또 UST 학생들의 인건비는 정해져 있어서 가난한 연구실보다는 풍족(??)하게 생활할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네 장점있죠...하지만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UST에 입학해서 학위를 하는건 추천하지 않습니다.

UST의 설립목적이 목적이니만큼 보통의 정상적인 대학교로 성장해나갈것 같지가 않고....(사족인데 UST는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약자인데도 불구하고 논문쓸때 affilation에는 UST라고 못쓰고, Korea 라는 단어가 더 붙습니다. 외국에서 봤을땐 UST라고 하면 ??어디의 UST인데?? 라는 반응이기 때문에..... 하여튼 학교이름도 좀 대충만든 느낌이 있습니다.) 학벌주의도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아직까지는 기업들도 UST 출신이라고 하면 어딘지도 잘 모르고, 내가 퍼포먼스가 뛰어나다! 라고 주장할만한 논문은 석사 2년동안 쓰기 힘들기 때문입니다.(괜찮은 논문을 입학 후 2년안에 쓰는건 솔직히 운입니다. 주제운도 있고 교신저자 운도 있어야 하고...그냥 못쓰는걸 디폴트로 생각하면 편합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좋은 대학교의 학연과정으로 입학하는것을 추천합니다. 

UST 홈페이지를 들어가면 각 출연연들의 박사님들을 찾을수 있습니다. UST 홈페이지 링크

아직은 개인 홈페이지가 없는 박사님들이 더 많지만, 관심분야의 박사님들을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관심가는 곳이 있다면 컨택메일을 보내서 구체적으로 어떠한 연구를 하는지 물어볼수도 있을 것입니다.

대학원 진학에 대해 고민이 많으실텐데, 출연연이라는 선택지도 옆에 놓고 비교하며 고민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다들 좋은 연구실로 가서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