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을 잘 달진 않지만, '제가 아이 인생을 망친 걸까요...' 라는 내용 때문에 지나칠 수가 없네요.
서강대나 한양대나 인생 살면서 큰 차이가 없습니다. 더 큰 차이는 학생 개개인이 만들어나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양대 나와서 백수로 살수도 있고, 서강대 졸업하고 MIT 유학갈수도 있죠. 다 본인이 하기 나름입니다.
그런데, '본인이 하기 나름'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꺾어버리는 것이 바로 지금 부모님이 하고 있는 치맛바람입니다. 1. 컴퓨터쪽 전문가도 아니신것 같고 2. 취업분야 전문가도 아니신 것 같으며 3. 심지어 학생때 공부를 잘하신것 같지도 않군요. 즉, 길라잡이로서의 역량을 아무것도 갖추지 못했으면서 티끌같은 디테일에 집착하고 계신다면, 자녀의 성장에 가장 중요한 '본인이 스스로 해내는 능력'을 처참하게 짓밟는 결과밖에 남지 않습니다. 자녀분 죽을때까지 평생 케어하면서 사실건가요? 설사 그런 능력이 된다 하더라도, 그 방법은 가장 사랑하는 자식이 가장 덜 사람답게 사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부모가 해야 할 역할은 사람으로서 최소한 갖춰야 할 도리를 할 수 있도록 가이던스만 주고, 나머지는 자녀가 스스로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To do list를 적는게 아니라 Not to do list(열심히 노력하지 않고 결과만 좋기를 바라는 태도 등)만 어른의 관점에서 교육하는 것입니다.
이런얘기 해도 바뀌시지 않을 가능성이 99%라는걸 알고 있지만, 1%의 가능성 때문에 남깁니다. 솔직히 말하면 학부모님은 전혀 걱정 안되고, 저 환경에서 자라고 있을 자녀분이 매우 걱정됩니다.
화공쪽이구요.. 지금있는 이 실험실에는 타대에서 석사를 마친 다음 23년도 1학기에 박사로 들어왔습니다.
입학 후엔 교수님께서 갓 입학했다며 저를 보고 '첫 학기는 적응을 좀 하라'시며 과제에 붙이지는 않으셔가지구 그냥 수업을 들으면서 졸업 앞두셨던 선배를 통해 학교 공동 연구관에 있는 분석 장비 권한을 획득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2학기 개강 시기인 9월이 되어서는 시작되는 규모가 꽤 큰 기업 과제에 저를 넣으시고 일임하셨습니다. 우리 랩에서 처음 일하게 되서 많이 서툴테니 저를 좀 도와주면서 함께 일을 진행하라며 소위 이른바 에이스라고 불리는 친구를 저에게 붙여줬습니다. 솔직히 당시에는 저랑 나이가 같아서, 마음이 편할거라 생각했어요. 전문연을 준비하고 있는 친구여서 짬이 저보다 높았고, 에이스라고 하니 배울게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일을 진행하면서 세상은 넓고 사람도 정말 정말 많다는 생각을 계속 곱씹게 되었습니다.
지금 제가 소속된 랩이 과제 진행 사항을 1달에 한번씩 보고를 드리는데, 붙여준 이 친구는 사사건건 '우리 교수님은 이런거 싫어해서 PPT에서 빼면 좋겠다.', '우리 랩은 이렇게 분석을 하지 않는데, 우리가 하는 대로 따라해라.', '빼라 했는데 니가 안빼서 내가 뺐다.' 이런 소리를 해대고 있고. 실험 결과는 제가 더 좋게 나오니까 배가 아픈지 표정이 어두워지기나 하고 있고.
막상 또 빠진 자료로 미팅에 들어가면 제가 한 분석이 맞았음에도 '무슨 무슨 분석에서 근거가 좀 부족한데도 다음 실험을 한거 같다. 추상적인 실험은 좋지 않다. 조금 더 집중해서 하면 좋겠다.' 이런 소리를 듣고 나옵니다.
심지어 오늘은 '한 학기동안 계속 미팅을 했는데 나아지는건 없고 더 악화되는거 같다.' '배울려고 우리 연구실에 온건 맞겠지만 oo씨, 이러면 우리 학교에서 학위를 하는건 좀 더 고민해봐라.' 'oo아, 신학기부터는 니가 주도해서 진행하고 논문 써라.' 이런 소리를 들었습니다.
참다 참다 세상 억울해서 교수님께 조용히 저녁에 메일로 정중하게 상담 요청을 드렸고. 상담할 때 지금까지의 경위를 설명하니 얼굴이 더 험악해져가지고 핍박만 받고 방금 나왔네요.
김박사넷에서 인품이 A+면 뭐합니까.. 내상 드러운 작은 사회임을 다시 깨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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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0개
세심한 베르너 하이젠버그*
2024.01.10
증거를 가져가셨어야 했으며 그 실험실에서 하는 방식 대로 하는 게 맞긴합니다 다만 좀 더 좋은 방법이 있다면 그 사람한테 물어보고 교수님께 다시 여쭤봤으면 좀 더 좋은 상황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2024.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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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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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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