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을 잘 달진 않지만, '제가 아이 인생을 망친 걸까요...' 라는 내용 때문에 지나칠 수가 없네요.
서강대나 한양대나 인생 살면서 큰 차이가 없습니다. 더 큰 차이는 학생 개개인이 만들어나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양대 나와서 백수로 살수도 있고, 서강대 졸업하고 MIT 유학갈수도 있죠. 다 본인이 하기 나름입니다.
그런데, '본인이 하기 나름'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꺾어버리는 것이 바로 지금 부모님이 하고 있는 치맛바람입니다. 1. 컴퓨터쪽 전문가도 아니신것 같고 2. 취업분야 전문가도 아니신 것 같으며 3. 심지어 학생때 공부를 잘하신것 같지도 않군요. 즉, 길라잡이로서의 역량을 아무것도 갖추지 못했으면서 티끌같은 디테일에 집착하고 계신다면, 자녀의 성장에 가장 중요한 '본인이 스스로 해내는 능력'을 처참하게 짓밟는 결과밖에 남지 않습니다. 자녀분 죽을때까지 평생 케어하면서 사실건가요? 설사 그런 능력이 된다 하더라도, 그 방법은 가장 사랑하는 자식이 가장 덜 사람답게 사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부모가 해야 할 역할은 사람으로서 최소한 갖춰야 할 도리를 할 수 있도록 가이던스만 주고, 나머지는 자녀가 스스로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To do list를 적는게 아니라 Not to do list(열심히 노력하지 않고 결과만 좋기를 바라는 태도 등)만 어른의 관점에서 교육하는 것입니다.
이런얘기 해도 바뀌시지 않을 가능성이 99%라는걸 알고 있지만, 1%의 가능성 때문에 남깁니다. 솔직히 말하면 학부모님은 전혀 걱정 안되고, 저 환경에서 자라고 있을 자녀분이 매우 걱정됩니다.
지난 10월 즈음에 동계인턴관련 컨택메일 보내고 카이스트에 면담을 하러갔다가, 1시간 10분정도 면접보듯 전공지식 꼬꼬무 질문을 받다가 결국 거절 당했습니다. 거절 이유는 제가 다니는 학교에서 아직 카이스트 화학과에 들어온 선례가 없어 제가 카이스트 입시를 통과하고 들어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전공질문을 참 많이 하셨었는데, 전 초반에만 대답할 수 있었고 더욱 깊이는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교수님께서는 공부를 더 열심히 하라는 말을 하시며 랩실을 한 번 둘러보게 해주시고, 입시에 합격할 수 있을만한 스펙과 공부량을 갖춘 뒤 다시 도전하던지 하라는 빈말인지 모를 말을 하시고 절 돌려보내셨습니다.
제가 정말 가고싶었던 고분자 랩실이라서 거절을 당했음에도 포기하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교수님이 조언해주신대로 스펙도 쌓아가고 있고 공부량도 늘려 재도전하려 하는데, 고분자가 공부 분야가 넓은지라 어떤 학문의 어떤파트를 중점적으로 공부해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교수님께 메일을 보내서 어떤 공부를 더 하는게 좋을지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마음속으로 이미 거절한 학생인데 제가 구질구질하게 붙잡고 있는건 아닌지 걱정됩니다. 아님 교수님 랩실의 다른 석/박과정생 분께 메일을 보내 어떤 공부를 하는게 좋을지 알아보는게 더 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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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2023.12.29
ㄱㄱ 당연히 ㄱㅊ
착한 안톤 체호프*
2023.12.29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전례고 뭐고 그렇게 매력적인 지원자가 아닌 겁니다 교수님 입장에선 그냥 좋게 좋게 내보낼려고 하는 거고 정말로 매력적이었다면 딱딱 찝어서 공부해와라 하셨겠죠 면접은 볼만 하거나 나쁜 말 안나오게 좋게 말돌리는 교수님 있으십니다 그리고 정말 매력적인 지원자였다고 한다면 인턴으로 붙잡아놓으셨겠죠
2023.12.29
2023.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