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생 때, 학점도 나쁘지 않았고(4.0), 졸업 준비할 때는 저의 아이디어를 실물로 구현하는 데에서 열심히 스케쥴링하고 답을 찾으며 그 결과를 교수님과 동기들 앞에서 발표하는 게 어렵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이 연구와 비슷한 거 같아서, 그리고 기왕이면 멋있는 직무를 하고 싶은 마음으로, 또한 저 같은 경우 어디에서든 적응을 잘한다고 생각을 했기에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그 집단에서는 제가 못하는 편이라는 걸 인지했습니다. 그래도 열심히 노력하고 남들보다 잠을 더 줄이고 덜 쉬고 한 글자라도 더 보다 보면 나아질 줄 알았습니다. 모두가 제가 열심히 하는 점에 대해서는 인정해줬습니다.
그렇게 주말을 제외하고 하루에 4시간 이하를 자면서 3달을 살았는데 그게 그렇게 쉽지 않았습니다. 세상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잡을 수 없는 게 있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3달밖에 노력 안해봤지만, 저에게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사실이었고 번아웃이 와버렸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자존감까지 낮아지고 자신감도 없어서 모든 업무가 맡기 꺼려졌습니다. 제가 맡으면 민폐 같아서요. 그래서 회피를 많이 했습니다. 그러니까 성과가 더 안나오게 되고, 더 자존감이 낮아지고, 그럼 더 업무를 회피하는 악순환이 계속되었습니다.
주변 평판도 점점 안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 소리를 들으면 더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혼자 있으면 눈물이 멈추지 않아서 우울증 약까지 먹고 있습니다.
사실 제가 논리적으로 원리에 대한 관점을 가지고 응용하면서 사람들과 토론하고 설득시키고 이런 부분을 잘 못하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노력하면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여기 남으려면 내내 잘 못하는 포지션으로 버티는 것 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 주변에 있는 거의 모든 사람들한테 다 상담을 해봤고, 도움도 받아봤고, 민폐도 끼쳐봤고 다 해봤습니다. 선배님들은 개인 시간까지 할애해서 저의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게 도왔습니다. 지도 교수님한테도 상담해봤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힘내서 일어나기에는 제 속이 너무 곪아 있었고, 지도 교수님은 저의 상태를 아예 이해하지 못하셨습니다. 그건 혼자 이겨내야 할 사항이라고 하셨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저는 지난 8개월 동안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아둥바둥한 결과, 혼자 일어나지 못하겠다고 판단을 마쳐서 교수 면담을 신청했던 마음이라 더 방법이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구자를 안한다고 해도 석사 학위는 너무 따고 싶은데, 제가 그 학위를 의미가 있게 만들 수 있는 상태인가 라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그냥 보기만 해도 배울게 있는 집단이라 저 개인한테는 도움이 될 거 같다고 생각하지만, 팀으로 과제를 진행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수준을 맞춰야 하는데 제가 그렇게 못하고, 지난 8개월 동안을 생각했을 때는 환경이 지금처럼 똑같다면 앞으로도 못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제가 너무 낯설고 제 자신에 대한 혐오감이 많이 납니다. 하지만 2년 안으로 정말 운 좋게 일어날 수 있는 계기가 생기거나, 졸업 후에 제가 못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드는 계기가 생기는 요행을 바라면서 지금까지 질질 끌고 있습니다.
되고 싶은 걸(석사) 해야하는 게 아니라 제가 잘할 수 있는 걸(공기업, 공무원) 선택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2026.08.17
대댓글 2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