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을 잘 달진 않지만, '제가 아이 인생을 망친 걸까요...' 라는 내용 때문에 지나칠 수가 없네요.
서강대나 한양대나 인생 살면서 큰 차이가 없습니다. 더 큰 차이는 학생 개개인이 만들어나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양대 나와서 백수로 살수도 있고, 서강대 졸업하고 MIT 유학갈수도 있죠. 다 본인이 하기 나름입니다.
그런데, '본인이 하기 나름'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꺾어버리는 것이 바로 지금 부모님이 하고 있는 치맛바람입니다. 1. 컴퓨터쪽 전문가도 아니신것 같고 2. 취업분야 전문가도 아니신 것 같으며 3. 심지어 학생때 공부를 잘하신것 같지도 않군요. 즉, 길라잡이로서의 역량을 아무것도 갖추지 못했으면서 티끌같은 디테일에 집착하고 계신다면, 자녀의 성장에 가장 중요한 '본인이 스스로 해내는 능력'을 처참하게 짓밟는 결과밖에 남지 않습니다. 자녀분 죽을때까지 평생 케어하면서 사실건가요? 설사 그런 능력이 된다 하더라도, 그 방법은 가장 사랑하는 자식이 가장 덜 사람답게 사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부모가 해야 할 역할은 사람으로서 최소한 갖춰야 할 도리를 할 수 있도록 가이던스만 주고, 나머지는 자녀가 스스로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To do list를 적는게 아니라 Not to do list(열심히 노력하지 않고 결과만 좋기를 바라는 태도 등)만 어른의 관점에서 교육하는 것입니다.
이런얘기 해도 바뀌시지 않을 가능성이 99%라는걸 알고 있지만, 1%의 가능성 때문에 남깁니다. 솔직히 말하면 학부모님은 전혀 걱정 안되고, 저 환경에서 자라고 있을 자녀분이 매우 걱정됩니다.
제 분야에 한정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만, 그렇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유럽에 비교해 보자면, 유럽에서 제 분야에 관련된 테뉴어트랙 자리는 한달에 잘 하면 서너 자리 공고가 뜨는 정도입니다. 그나마 영국, 아일랜드에 자리가 많고,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등 대륙 유럽에서는 진짜 가뭄에 콩 나듯 납니다. 그리고 자리가 날 때도 아주 특정한 세부 분야의 전문가를 모집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ㄱ학문의 ㄴ분야, 이 정도가 아니고, ㄱ학문의 ㄴ분야의 ㄷ주제를 ㄹ적인 방법론으로 연구를 한 사람을 찾는다는 느낌이죠. 그런데 일본의 학계 구인 공고가 올라오는 jrecin이라는 웹사이트에 제 분야를 검색해보면? 한 달 단위가 아니라 매일같이 제 분야에 관련된 구인 공고가 몇 개씩 올라옵니다. 요구하는 전공 분야도 그렇게 세밀하지 않아서 그냥 ㄱ학문에 관련된 전공을 했으면 오케이라는 느낌입니다. 물론, 일본 학계에서 요구하는 점이 따로 있기는 합니다. 1. 일본어에 능숙할 것 2. 일본 대학에서 가르친 경험이 있을 것 어느 대학이든 이 두가지를 요구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절대적이진 않습니다. 저는 1에는 해당하나 2에는 해당하지 않는데, 운좋게도 일본 대학에서 테뉴어트랙 자리를 얻었습니다. 왜 그런지는 몰라도, 일본 학계에는 (유럽이나 북미에 비교해 봤을 때) 기회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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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개
2023.06.28
어딜가나 똑같지만 일본이나 유럽은.... 외부인이 교수직 차지하기 힘들지 않나요? 저희 분야는 거의 도제수준이던데....
직설적인 르네 데카르트*
2023.06.28
일본 학계 규모가 세계 2,3위급으로 크기도 하고 외국인 입정에서 굳이 일본어까지 배워가며 일본으로 가려고 하진 않다보니 공급이 약간 상대적으로 적은듯
2023.06.28
1은 그렇다치고, 2 때문에 사람 못구하는게 이해가 가는데요?? 외국 대학 출신은 거진 일본교수 못하는거잖아요. 작성자분은 2에 해당 안되도 잡을 잡으셨다지만, 대부분 2도 고려한다고 가정하면 오히려 양질의 연구자로 티오가 차는게 신기할듯요..
2023.06.28
2023.06.28
2023.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