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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을 사기당했다..

2022.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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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500

대학원을 사기당했다.
정확히 말하면 교수한테 사기당했다.
신생랩이라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지인을 통해 분위기를 물어봤을 때는 나쁘지 않았다.
분야도 나쁘지 않았다.

4년이 지난 지금 나에겐 남은게 없었다.
달랑 해외 컨퍼런스 포스터 몇장?
페이퍼도 없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논문 욕심이 났지만 실험이 잘 안됬다.
결과도 안나오고..
랩실 들어오자 마자 받은 쩌리 프로젝트가 3년을 옭아맸다.
빨리 포기하지 못함에 후회가 남는다.
아무도 다른걸 해보라고 하지 안았다.
교수 성격상 사수가 없고 선배가 없고 혼자 각자 연구하다보니 시야가 좁았다.
결정적으로 교수의 지도가 없었다.

졸업해 나가는 선후배들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여기는 가망이 없어..”
석사로만 다들 졸업했다.
그래도 교수가 박사 한명은 졸업시킬거라 기대했다.
그 후보가 나이기에 설마 버릴까 하는 생각이었다.

나는 교수의 꿈을 접은지 오래다.
여기서 졸업하면 지도를 받은적 없기에 남을 지도할 자신이 없었다.
논문을 적어본 적이 없어 학생 논문을 봐줄 자신이 없었다.
그냥 졸업하고 일하고 싶은 마음만 자리잡았다.

이런 글일 보면 ‘지잡대 가서 저렇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지잡은 아니다..
SKP는 더더욱 아니지만 들었을 때 ‘어?????’ 할만한 학교다.
나쁘지 않은 학교에 좋은 스팩의 젊은 교수를 선택했다.
처음 입학할 때는 이정도는 아니었지만, 4년의 시간이 다른 사람을 만들었다.


이정도로 끝나면 못난 나를 탓하겠다.
하지만 한달 전 나는 사기를 당했다.
교수의 메인 분야가 바뀌었다.
이과에서 문과로 바뀌었다.
교수의 소속은 그대로지만 교수의 메인 과제와 우리의 일이 바뀌었다.
이런일이 있을 수 있는가 싶지만 이과에서 문과로 바뀌었다.
교수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 이보다 좋은 기회는 없겠지만 우리는, 나는 큰일 났다.
학생들 연구에 관심 없던 그가 다른 쪽 일에 더 관심을 더 가지게 생겼고 우리의 연구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그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 우리는 문과 일을 해야 한다.
내 연구는? 내 논문은?
쓴 논문도 몇달 뒤에 봐주는 그에게 이제 내 연구는 안중에 없다.

사기당한 기분이다.
나는 이 일을 보고 교수님을 선택한것이 아니며 이 일이 내 꿈이 아닌데..
4년의 세월 동안 연구가 만족스럽지 않지만 그래도 나의 큰 방향과 맞아서 꿈을 가지며 했다.
이젠 이 꿈마저 짓밟힌 기분이다.

교수가 주 연구 분야를 바꿨다.
이과에서 문과로 바꿨다.
나는 사기당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군대를 다시 가도 좋다.
내 젊은 날에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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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7개

2022.12.25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비전이 없는 곳은 당장 나오세요.
4년? 인생에서 이것 저것 하다 뒤 늦게 대학원 들어가서 학위하는 사람도 많아요. 인생에서 값진 경험했다 생각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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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5

빠르게 지도교수 변경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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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노엄 촘스키*

2022.12.25

교수가 지 멋대로 메이져 변경해서 지도학생들 인생 망쳐버리는 경우 꽤 많아요.

메이져 변경이야 교수 본인 자유이지만 그러면 지도학생들에게 1년, 최소 6개월전에는 미리알려주고 마음의 준비와 대책을 세울 시간을 줘야하는데 이기적인 교수가 지 개인욕심에 눈이 먼거죠. 아니면 졸업이라도 땡겨서 시켜주고 변경하던가.

이런 교수들은 평소에도 싹수가 노란게 개념없이 자란게 보입니다. 그리고 꼭 이런 사람들이 쉬운길, 꿀빠는길, (잘포장해서 블루오션이라고 부르는) 남들은 아무도 안하는 쓸모없는 길만 찾아서 철새처럼 연구분야 바꿔가며 논문 양치기에 매몰되어 있기 때문에 지식수준이나 연구능력이 본인 박사때 수준에서 정체되어 있어요. 학계는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는데 본인은 그걸 소화할 능력도 의지도 없는거죠. 다시말해 개념만 없는게 아니라 교수라고 부르기 창피할 정도로 연구에 대한 의지도 실력도 없다는거에요.

아직 늦지 않았어요. 빨리 탈출하세요. 세상에는 쓰레기 같은 괴수도 많지만 존경할만한 교수님들도 많습니다. 정말 공부와 연구에 뜻이 있으시다면 지금이라도 그런 교수님을 찾아 옮기세요. 작성자님의 지난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았습니다. 실적이 부족할지언정 고군분투하며 끊임없이 고민하고 투쟁한 세윌이잖아요? 결코 놀며 허송세월 한 게 아니잖아요. 그러니 좌절말고, 낙담말고, 행동하세요. 그게 본인의 인생을 위한 길입니다. 그리고 또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괴수의 악행을 널리널리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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