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한량 공대 대학원생입니다.
대학원생만큼 만만한 게 없다는 건 이제 모두 아는 사실이다.
웬만치 건드려도 별 반응이 없을뿐더러, 밥이나 술이라도 사준다고 하면 기꺼워한다.
그 자리가 무슨 자리인지도 몰라도 말이다.
하여 대학원생들은 온갖 자리에 만만하게 불려 가고는 하는데, 대체로 이런 자리에는 불편한 사람들이 몇몇 있는 게 보통이다.
일종의 샌드백으로 말이다.
물론 가장 불편한 자리는 따로 있기는 하다.
우리를 아주 잘 아는 교수들이나 박사들이 있는 자리 말이다.
이런 치들이 있는 자리에선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게 신상에 이롭다.
어떤 경우에서든 옳고 그름을 따지고, 평가하기가 몸에 잔뜩 밴 이 양반들은, 입마저 가벼워 가뜩이나 좁은 학계에 좋은 방향으로든 나쁜 방향으로든 온갖 소문을 내고 다닌다.
그런가 하면 이상하게 기분 나쁜 자리도 있다.
대학원생들을 연민하는 사람들이 있는 자리다.
이들은 보통 학사를 졸업하고, 직장을 잡고, 그 나이 때의 적당한, 혹은 조금 더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연구와는 거리가 먼 분야에 속해 있으면서, 대학원 과정에 대한 궁금함과 막연한 의구심이 있다.
그들의 관점에서는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진로 선택 중 하나가 바로 대학원이다.
애당초 연구란 것을 국가 예산 나눠 먹는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사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는 것 같다.
하면 이들이 갖는 대학원생에게의 연민의 근원은 무엇일까?
그것은 대학원생의 상태를 일종의 ‘미성숙’ 상태라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것에 있다.
여기서 ‘대학원생은 그 자체로 소중해요’, ‘틀린 연구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