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한량 공대 대학원생입니다.
연구실에는 귀신이 산다.
그리고 귀신이 머무는 곳에선 사람마저 미쳐간다고 했던가.
나는 서서히 미쳐가는 중이다.
광증은 아침부터 서서히 올라 점심을 거쳐 점점 심해지다 저녁이 되면 터져 나온다.
그렇지만 아직 이곳을 떠날 수는 없다.
아직 해야 할 실험이, 읽지 못한 논문이, 쓰지 못한 보고서가 남아있다.
그리고 저기 다른 곳에선 귀신보다 무서운 교수가 캠퍼스 한쪽을 배회하고 있다.
저녁만 되면 머리가 지끈 지끈하고, 한쪽 어깨가 결려오고, 일도 잘되지 않고, 연구실로 들어가는 것이 싫다면 연구실에 귀신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모든 연구실을 돌아본 것은 아니지만, 내가 본 모든 연구실에는 최소한 한 마리의 귀신이 있었다.
그런 연구실 지박령들은 대학원생을 천천히 미치게 한다.
완전히 미쳐버리기 전에 아래의 정보가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대학원 초반, 나는 일부 대담한 다른 대학원생과 협업하여 이 귀신을 퇴마할 방법을 찾기 위해 애썼다.
전자식 자동 계산기를 이용해 보겠다는 친구, 무거운 아령으로 퇴마하는 친구…….. 우린 정말 별의별 방법을 시도하였다.
그 과정에서 많은 친구들이 귀신에 패배하여 한 줌 재가 된 채로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이 귀신을 피해 치열하게 살아남은 나는 마침내 이 귀신을 퇴마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하였다.
하지만 그 방법은 너무 위험하다.
까딱 잘못하면 퇴마 과정에서 의식 자체에 잡아먹힐 가능성이 높다.
3년을 같이 지낸 내 대학원 동기는 이 퇴마 의식에 빠져 한 학기를 꼬박 날려버렸다.
혹은 너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