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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출신 박사 언제쯤 봄이 올까

2026.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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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너무 마음이 힘들어 어딘가에 풀어놓고 싶어 주저리 써봅니다.

초등학생 때 아빠가 암에 걸린 후 집안이 어려워졌다.
중학생 때 암에서 회복한 아빠가 집안을 살려보겠다고 빚내서 사업하겠다 했다가 더 망해버렸다.
고등학생 때 암이 재발함과 동시에 혈액으로 전이돼서 결국 돌아가셨다.

나는 학창시절 내내 보살핌 받은 적이 없고, 항상 알아서 잘 하는 모범생이었다.

나의 학창시절 동안 엄마는 아빠의 간병, 빚을 갚기 위한 노력을 열심히 하시며 내가 대학생이 되었을 때는 드디어 집안 살림이 좀 나아졌다.

나에겐 공부머리 없는 오빠가 있다.
오빠는 운동에 소질이 있어 관련 학과로 진학한 후 몸으로 먹고 살 계획이었다.
그러나 군대에 갔다가 척추가 끊어졌다.
진급을 앞둔 상급자 때문에 외부 병원에 가지 못하고 군 내부 병원에서만 치료받아 영원히 회복이 불가능하게 됐다.

나의 대학생 시절 우리 집안은 오빠가 사업을 하겠다 하여 여유가 생긴 돈을 다 오빠에게 투자했다.
나는 여전히 혼자서 알아서 하는 모범생이었다.

대학원에 진학했다.
대학원만 졸업하면 탄탄대로를 타며, 아니 탄탄대로는 아닐지라도 중산층 수준으로 생활할 여력은 될 거라는 희망을 갖고 열심히 달려왔다.
그 과정에서 오빠는 여전히 사업을 시도하며 작은 성공들과 큰 실패들을 한 것 같다. 그리고 작은 성공의 맛을 보고 자신감이 커지고 있었다.
집안 여윳돈으로 오빠에게 투자하던 엄마는,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 투자했다.

내가 졸업할 년도에는 나에게까지 돈을 빌렸다.
같은 연구실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대학원생 월급 쥐꼬리라며 그건 저금하라며 용돈을 주거나, 차를 뽑아주거나, 월세, 기름값 등을 지원해줬다.
나는 아무것도 지원받는게 없고, 평생 그랬던것처럼 먹고싶은거 안먹고, 놀고싶은거 못놀고, 궁핍하게 사용하며 열심히 야금야금 저금만 해오며 모아왔다.
엄마 지인들에게 손절당했다고 슬퍼하고, 지금 생활비도 없다는 말에 돈을 조금 빌려줬더니
나에게 여윳돈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한치의 미안함도 없이 계속해서 돈을 빌려달라고 요구했다.

박사 학위를 받고 대학원을 졸업한 순간,
집안이 완전히 망해버렸다.

빚이 너무 많아져서 자가로 있던 아파트를 팔고 갚았다고 했다.

동시에 그동안의 산업계 분위기에 더불어 전쟁으로 인해 내 연구분야의 취업문이 닫혔다.
대기업은 공고를 내지 않으며, 분야를 살짝 틀어서 갈 수 있는 중견이하급들은 오버스펙이라며 면접의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졸업한지 한참인데 아직까지도 취업이 쉽지 않다.
공고 자체가 가뭄이다 보니 노력도 못하고 있다.

돈은 벌어야하니 아무곳이나 취업해서 학사급의 월급을 받으며 나 혼자만의 생활비는 마련하고 있다.

졸업 후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사실 우리 엄마는 경계선 지능이었다.
나는 평생을 엄마가 옛날 사람이라, 당시에 전쟁과 여자는 공부시키지 않는 사회분위기 때문에 엄마의 학력이 낮은 줄 알았고, 그냥 머리가 좋지 않은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여러 사건들로 인해 심리 상담을 하다가 상담사가 먼저 조심스레 말씀해주셨던 내용이고, 그 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엄마는 정말 경계선 지능 그 자체였다.
어쩐지 가끔 밖에서 접하는 60대 어르신들이 엄마와 많이 다르더라.
나는 그분들이 엘리트인줄로 착각해왔다.

되돌아보면 나는 평생 정서적 학대를 받아오기도 했다.
고등학생 때는 밤마다 나를 붙잡고, 힘든데 너네 때문에 이혼을 못한다고 하소연을 했다.
참다못한 내가 어느 날, 난 괜찮으니까 이혼하라고 했더니 그제서야 진심을 말한다.
"어떻게 그러냐, 남들이 보면 남편 아프니까 버린거라고 생각하지 않겠냐"
엄마는 항상 남들의 시선만 의식하는 사람이었고, 그걸 인정하기 싫은건지 진짜 모르는건지 표면적으로는 내탓을 하는 등 핑계를 대었다.
그리고 본심, 진실은 여러번의 몇개월에 거친 말다툼 끝에서야 겨우 튀어나왔다.

이 외에도 일상이 항상 은근한 정서 학대의 향연이었다

졸업 후 도저히 엄마와 함께 살 수 없어서 대학원 시절 모아둔 돈으로 나 홀로 독립했다.

그 과정에서 엄마도 집을 팔고 이사를 갔는데,
집안이 망해서 이사가는 거면 눈을 낮추고 저렴한 동네, 작을 집을 가야지.
눈을 도저히 못낮춰서 비싼 동네, 월세 250만원짜리 쓰리룸 아파트를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도 나는 엄마와 싸웠다.
하지만 엄마는 또 표면적인 핑계를 대면서 본인 고집을 피웠다.
나중에 알게 된 진실인데, 오빠가 또 몇개월 후면 대박난다며 자기가 월세 내겠다며 엄마를 꼬셨다고 한다.

나는 연을 끊는 마음으로 더이상의 간섭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인간인지라, 그리고 졸업하니 일상에 여유가 생기니 심심한 시간이 많아졌다.
대화하며 일상을 나누고픈 시간이 많아졌고, 엄마에게 종종 연락을 했다.

그럴 때마다 암울한 소식만 전해져온다.

엄마는 아파트와 함께 오피스텔도 갖고 있었고, 전세를 내줬었다고 한다.
세입자가 나갈 시기가 되니 전세가가 떨어져서 역전세가 됐다.
다음 세입자를 구해도 집안이 이미 망해버렸으니 차액을 돌려주지 못한다.

그 세입자가 엄마를 고소하겠다고 한다.
오빠는 여전히 다음달이면 큰 돈 들어온다며 자기만 믿으라 한다.
또 무슨 사고가 발생하여 큰 돈은 여전히 안들어온다.

엄마에 더해 오빠 본인이 진 빚은 훨씬 크다.
전여친들에게도 큰 돈을 빌렸다.
지금까지는 엄마에게 한 것처럼 다음달이면 돈 들어온다, 2개월 후면 진짜 들어온다, 지금 미팅 하고 있다 이거 성사될 것 같으니 다음주면 진짜 들어온다며 버틴 것 같은데,
본인이 생각하기에 이젠 진짜 안될 것 같은지 이제는 연락도 받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오빠의 전여친분은 나에게까지 연락을 했다.

일상에 여유가 생기니 가족들과 소통하며 화목하게 지내고 싶은데 연락할 때마다 암울하고 우울해지기만 한다.

외가, 친가 모두 포함해서 음식점, 부동산, 자동차 딜러 등 일반 회사도 다녀본 적 없는 집안에서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 악착같이 노력하며 정보를 얻고, 스펙을 쌓고, 공부하며 박사까지 땄다.
와중에 돈이 없으니 무료로 참여 가능한 대외활동만 골라서 했었다.

박사 졸업 후 제대로 된 취업도 못하고 있는 현재 후회가 된다.

그냥 학사 졸업하고 바로 취업이나 할걸
그러면 연차가 쌓이니 연봉도 어느정도 올라있을 거고,
내 성격에 분명 예적금, 소액 투자 잘 해서 1억은 모았을 텐데.

그리고 학창시절부터 박사 학위과정까지는 돈도 없고, 열심히 달려오느라 체력도, 시간도 없어서 연애에 관심이 없었는데 졸업 후 시간적 여유가 생기니 연애에 관심이 생겼다.

하지만 집안이 너무 창피해서 연애할 자신이 없다.
물론 대학원 진학을 했다지만, 이 나이 먹고 스스로 모아둔 돈도 거의 없는데, 연봉이 나이에 비해서도 낮다.

그냥 요새 우울하기만 하다.
언제쯤 잘 풀릴 수 있을까...

위로를 받고 싶어서, 혹은 나와 비슷한 상황의 사람이 있다면 공감을 해 주길 바라는 마음에 주저리 글을 써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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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2026.08.21

정말 고생 많으셨네요.
박사님께 가장 해드리고 싶은 말입니다.

연속되는 어려운 환경에서 끝까지 버텨 박사가 되신 그 노력을 언젠간 세상이 알아줄겁니다.
저도 같은 박사 학위를 취득한 사람으로, 진심어린 위로를 드립니다.

분야는 모르나 분명 항상 그러셨듯 포기하지 않으신다면 분명 취직도 잘 해결되실거에요. 어떠한 경우에도 포기만 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딱 한가지 조심스럽게 말씀드리고싶은건 박사 졸업하셨으면 공백기는 최소화하는게 좋아보여요. 자대 연구실이나 아니면 타대 포닥으로라도 잠시 계시면서 다음 스태이지를 준비해보는 것도 한번 고려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박사님 항상 힘내시고 어려우시겠지만 이 글을 통히 익명으로나마 응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 기억해주세요. 오늘도 고생하셨습니다.

2026.08.21

일단... 가족분들이랑 연락을 아예 끊는게 우선시 되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대로 받아주다가는, 본인도 진흙탕으로 빨려들어갈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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