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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이시의 Killing Voice를 라이브로! - 나 그댈 위해 시 네 편을 쓰겠어

2021.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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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0

[인트로]
안녕하세요
킬링 보이스로 케이시에 입덕한 넙죽이,
K-이시입니다.

스무살 박지성처럼 에너지 넘치는 학자가 되길 꿈꾸며
과기원에 들어와 어느덧 긴 세월이 흐르고 나니,
서른이 넘어 연구자의 삶을 내려놓게 됐네요.

교수님과 끝내 좁힐 수 없는 견해 차이로
절을 떠나는 중의 마음으로 보따리 싸고
고향 같은 과기원을 조용히 떠나게 됐어요.

헛헛한 마음과 내려놓기 힘든 미련으로
익명의 공간이 주는 작은 용기를 빌어
그간의 소회를 Killing voice와 같은 시에 담아 남기고
과기원의 추억을 매듭짓고자 합니다.

글솜씨 없는 과학도인지라
날선 댓글로 타박해도 할 말 없으나
지친 넙죽이의 어리숙한 푸념을
카페에 흐르는 음악처럼,
들은체 만체 넘겨주시길.

넙죽이들과 교수님들이 서로 보듬는 연민이
들숨과 날숨처럼 당연해지길 바라며,

비트 주세요.


#1. [무위] (2021)

목줄에 묶인 채 여위어가는 제자들에게
교수답게,
곳간을 열지 않아
학자의 배고픔을 몸소 깨닫게 하시고,

제자의 일에 행여 손때가 묻지 않을까
교수답게,
뒷짐을 지시고
목마른 제자들이 모든 걸 할 수 있게 하시니,

아무 것도 행하지 않아,
모든 것을 행하게 하는,
무위(無爲)의 교육 철학.

그 숭고하고 깊은 뜻,
차마 순종하지 못하는 내가 한심하여
내가 학계에 어울리는 사람인지
한없는 자기 검열로
밤을 지새우고는 했다.


#2. [한밭 이집트] (2021)
밤새 쓰인 넙죽이들의 제안서,
밤새 뽑은 넙죽이들의 데이터.
소멸하는 넙죽이들의 생명,
명멸하는 넙죽이들의 열정.

넙죽이들의 시체가 수북히 쌓여
구성동에 솟은 피라미드의 정상,
스승의 탈을 쓴 파라오의 위엄이
이곳 한밭의 과기원에 재림하니,

매일 통학하며 넘나들던 이 물길이
갑천인가, 나일강인가
고개를 젓곤 했다.

교육이라 도금된 파라오의 금빛 채찍으로
고문당한 넙죽이의 피가 그 수라상에 배이고,
균열날 리 없는 권력만큼 포식한
파라오의 배는 봉긋이 솟아 부풀고,

한 많은 나는 잠시 페르미가 된 듯
한 없는 그들의 내장지방 분자 수를
한 세월 그저 어림할 뿐이었다.


#3. [Duality] (2021)

물리학과 함께 한 나의 청춘은
대체 무엇을 위한 것이었나.

교수(敎受)를 섬긴 것인가,
교수(狡獸)를 섬긴 것인가.

연구를 하는 Scientist가 된 것인가,
연구비 캐는 SCV가 된 것인가.

빛의 이중성을 이해하기도 벅찼던
나의 청춘은 어느새,
학계의 이중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잿빛 과거로 저물었구나.


#4. [Leap of Faith] (2022)

10년 넘도록 한(恨) 많은 삶의 터널을 걸어
너덜너덜해진 몸, 터덜터덜 이끌고
7년의 대학원 생활로 가팔라진
경력의 절벽 끄트머리에
한 넙죽이, 우뚝 멈추어 선다.

두번째 삶으로 나아가기 위해
첫번째 삶에서 퇴적된 미련,
다 내려놓고 몸을 던져야 하는,
Leap of Faith.

절벽의 끄트머리에 디딘 발이
차마 떼어지지 않아,
회한을 용기로 바꾸고파
나지막히 자신에게 되뇌어 본다.

석사로서,
야인으로서,

나의 두번째 삶은

더 따뜻하고,
덜 아플 거라고.

한으로 달구어진 눈물을 뺨에 내려놓고,
한으로 가득했던 기억을 마침내 내려놓는다.

마지막으로,
읊조리면서.

너무 아픈 학계는,
학계가 아니었음을.

Fin.

ps. Merry Christmas, to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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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개

2021.12.25

누적 신고가 20개 이상인 사용자입니다.

크...

2021.12.25

저도 방목형 교수님 밑에서 오래 지내면서 박사 과정에 회의감을 많이 느끼교 있습니다. 혹시나 연구에 미련이 남았으면, 석사라도 받아 나오시는 거면 분야나 학교를 옮겨서 다른 연구실에서 박사로 다시 시작하시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팔팔한 쇠렌 키르케고르*

2021.12.25

정식 음원으로 나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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