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박사 3년차 학생입니다. 그냥 머릿속이 복잡해서 이런저런 얘기를 털어놓고 싶네요.
석사는 호기심에 시작했다가 아침에 일어나서 하고 싶은 일이 있는게 좋고, 하루종일 집중해서 알차게 하루를 보낸 후 느끼는 노곤함과 뿌듯함이 좋고,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있을 것 같다는 희망속에 잠드는 것이 좋아서, 박사 공부를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박사 공부를 하면서 인생에 걸쳐 풀고 싶은 문제도 찾았고 이를 위한 단계들을 생각해보면서 행복한 상상도 할 때도 있죠.
그러나 한편으로는 제가 하고 싶은 연구를 하려면, 그리고 그간 나라면 이렇게 학생들을 지도할텐데 하는 아쉬움들이 쌓여서, 졸업 후 교수가 되었으면 하겠다는 생각이 강해지고 있고, 그에 비해 초라한 논문 실적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고, 실적에 대한 압박감이 가끔 너무 무거울 때도 있고, 지난 세월이 좀 후회될 때도 있고, 사기 수준으로 억셉된 탑티어 논문들을 보면서, 어디부터가 허용된 범위의 프레젠테이션 기술이고 어디부터가 사기일까의 경계 사이에 고민이 되기도 하고, 남들이 반칙 쓰는 만큼은 나도 반칙을 써야 나도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는걸까 조바심이 나기도 하고, 과제 제안할 때, 과연 이런 문서들로 제대로 평가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기도 하고, 연구가 익숙해지면 언젠가는 연구가 지긋지긋해지는 날도 올까 싶기도 하고, 막상 교수가 되어 직접 연구하는 것이 아닌 관리자가 되면 일이 안맞지는 않을까 김칫국도 마시기도 하고,
저도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네요. 박사공부 시작한지 기껏해야 2년 반도 안되었는데 설레고 당찼던 시작과는 많이 달라진 것 같긴 합니다. 여러분의 초심은 안녕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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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개
2026.04.23
저는 아직 석사 2년 하고 지금 현재는 박사 1학기 차인데.. 모든 의욕이 사라졌습니다… 가끔씩 힘들때는 모든 것을 그만두고 내려놓고 사라지면 어떨까 고민합니다…
저는 이런 생각이 있습니다. 1. 학부때는 교수/연구원이 되고싶었습니다. 멋 있어보이고, 권위있어보이고, 힘 있어보였거든요 2. 석사 때 너무 악질적인 교수님을 만났는데, 이 때 해보고싶은건 많았지만 이건 이래서 안되 저래서 안되 안된다는 말만 수백번 들은거같네요 3. 박사때는 뭐 이런저런 우여곡절은 또 있긴합니다만... 그래도 scie 1저자로 1편 써보니 굉장히 뿌듯했습니다.
제가 늘 궁금했던게, 내가 하는 사고/공학적 생각이 과연 타당한가? 과연 합리적이고 공학적으로 논리성이 있는가? 가 내내 질문이었는데, 이번 SCIE 로 그 기준을 좀 잡게되었습니다. 굉장히 뿌듯하고 기분 좋습니다.. 물론 말할 수 없는 여러 우여곡절이 여전히 존재해서 힘들긴합니다만..
초심이라.. 초심은 바뀌었습니다. 학부때 원했던건 직업이었거든요. 교수라는 직업. 별로 대단하지 않았던, 보기에만 좋아보였던 그 직업. 지금은 그냥 이래 사나 저래 사나 다 똑같다 생각합니다. 그냥 주어진 자리가 내 사명이다 생각하고 살고 있습니다. 그게 밑바닥에서 일하는 청소부가 되었든, 잡무만 하는 사람이건 간에 저는 제게 주어진 일을 해나가겠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생활하면서 SCIE 1편 2편 .... 쓰다보면
저도 언젠간 높으시고 고고하신 사람들에게 겨우 명함을 내밀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짧게 살아보니, 지금 당장 밑바닥에서 겪은게 힘들고 어렵더라도, 나중에는 전체를 보게되는 시야가 생기는데 도움이 되더라구요.
고생...하는건 싫긴하지만, 그래도 피하지는 않으려합니다. 즐긴다고는 말 못하겠습니다. 다만 피하진 않겠습니다.
2026.04.23
"어디부터가 허용된 범위의 프레젠테이션 기술이고 어디부터가 사기일까의 경계 사이에 고민" 라는 부분 크게 공감합니다. 논문이라는게 '설득하는 글'인데 달리 얘기하면 내가 리뷰어를 되도 안되는 궤변으로 가스라이팅 하는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면서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되네요
2026.04.23
대댓글 1개
2026.04.23
2026.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