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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이 수정되지 않는 박제글입니다.

교수님이 배정한 과제와 내가 하고 싶은 연구, 박사과정 넋두리

너그러운 로버트 보일*

2023.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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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박사과정 학생입니다.

연구실에서 맡은 과제와 제가 하고 싶은 연구 주제의 연관성이 많이 떨어집니다.

수리남에 황정민 대사처럼, 사람이 어떻게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겠냐마는...
만으로 1년째 과제 관련해서는 답보 상태입니다.
점점 흥미가 떨어지면서 과제 발표는 그때그때 벼락으로 준비해서 발표하게 되고 시간만 지체되고 더 악순환입니다.

사실 논문은 플러스 알파인 과제라 제가 원하면 과제 차원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텐데,
교수님이 이 과제로 어떻게든 논문을 쓰게 하고 싶어하셔서, 요즈음에는 졸업 들먹이면서 압박을 주시네요.
제가 생각하는 박사 논문과는 전혀 관련 없는 분야인데,
마치 이걸 무조건 써야 졸업 논문에 목차로 하나 채우지 않겠냐는 압박이 참...이런게 가스라이팅인건가 싶고.

교수님이 구체성 없는 던져보기 식의 피드백 전혀 도움 안됩니다.
그냥 아무 학회에 내서 억셉 되든 말든 대충 털어버리고 싶은 생각만 듭니다.
방향성 주시는 건 참 감사하기는 한데, 말만 대충 쉽게 하시는 것 같아서 좀... (AI 분야인데 교수님 잘 모르십니다)
원래 교수가 그런건가요?

연구실 분위기도 이 상황에 대해 쉽게 의견을 피력하기 어렵습니다.
"마음에 안들어서...그래서 뭐? 안할꺼야?"
맞는 말이죠. 사회 나가서도 힘들다고 안할거면 어느 누가 환영하겠습니까.

하지만 다들 그래도 본인들 연구분야와 비슷한 과제 수행하는 입장에서,
이런 반응을 보이는 선배가 참 야속하기도 하구요.

제가 진행 중인 연구는 재밌게 잘 하고 성과도 괜찮습니다.
재미를 붙여서 그런지 결과가 안좋아도 계속계속 힘을 낼 수 있습니다.
같이 연구하는 사람이랑도 잘 맞구요.

저도 과제 쪽으로도 진작 재미를 붙였으면 좋았으련만 쉽지 않았네요.

과제도 그렇고 전반적인 대학원 생활도 그렇고, 요즈음 들어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정신도 점점 불안해지고, 별것도 아닌 것에 의미 부여하면서 사람 간의 관계를 불신하고 의심하고.
연구실 누군가가 나를 은근히 싫어하는 건가 싶은 거슬리는 생각도 들고.

학부생 때는 연애도 많이 하고 놀러도 많이 가고 정말 행복하게 큰 걱정 없이 남부럽지 않게 살았던 것 같은데.

또 지금까지 살면서 무언가를 중도포기하고 뛰쳐나간 적이 없었는데...슬슬 힘에 부칩니다.

그냥 아무 걱정 없이 여행만 다니면서, 세상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싶네요.
밖이 많이 가려진 방범용 창이 난 작은 방에 혼자 있는 기분입니다.

제 상황에 대해 해주실 조언이 있으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다들 정말 대단하십니다. 대학원 생활 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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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개

2023.02.03

비슷한 입장에 처해본 사람으로써 조언드리자면 답은 정해져 있습니다. 개인연구 깔짝거리는 시간 전부 없애고 1개월 정도 과제만 죽어라 파서 성과내고 교수한테 던져주는거요. 그리고 논문은 다른 학생이랑 쓰시던 말던 알아서 하라고 선포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논문까진 안쓰더라도 월급받고 다니는 마당에 과제실적은 내야 어쨌든 밥값은 하는거 아니겠습니까.

작성자님이 과제연구 하기 싫은거 진짜 십분 이해합니다. 그러나 계속 회피하는건 말이 안되는겁니다. 재미있는걸 열심히 하게 되는건 당연한 거구요, 의식적으로 열심히 하려고 노력을 들여야 하는건 재미없는 일들입니다. 자꾸 재밌고 잘 되는일 위주로 시간을 쓰려는 충동을 억제하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여 영리하게 시간배분을 해야합니다.

마지막으로, 연구능력이 아예 정체되서 최신이론이나 기술을 전혀 구현도 못하고 심지어는 팔로우조차도 안하고 있는 교수들이 대한민국에 태반입니다. 말이 연구자이지 그냥 학교에서 강의하면서 과제제안서만 쓰는 사무직 노동자로 전락하여 그 삶에 안주하고 연구관련 해서는 사이비같은 말만 번지르르하게 아는척 하는 교수들 엄청나게 많습니다. 이런 현실을 받아들이시고 지도는 기대하지 마시고 본인 앞길은 알아서 개척해야 합니다.

지금 누구 탓을 하고 원망하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좌절하며 자기연민에 빠져있을 시간도 없습니다. 현명하고 효율적으로 과제실적 채우고 그것을 방패막 삼아 무능한 교수의 방해로부터 벗어나 개인연구에 대한 자율성을 주장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2023.02.03

힘이 되실진 모르겠지만, 지도 관련해서는 미국 대학원생인데 여기도 크게 다르지 않아요ㅠㅠ 진리의 랩바랩이겠지만 제가 느낀바로는 미국이 더 방치형이고, 교수가 이상한 소리라도 안하면 다행이예요. 사실상 교수가 low level 까지 하나하나 지도 해주는건 불가능에 가깝다는걸 느끼긴 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이걸 그냥 받아들이고 알아서 하고 있습니다ㅜ

2023.02.03

비슷한 경험을 거친 사람으로서 조언을 덧붙이자면, 연구란게
내가 진짜 하고 싶어서 몇 달을 공들여 쓴 논문보다 하기 싫은 과제 하면서 그래도 실적 내야지 하면서 꾸역꾸역 써서 게재한 논문이 더 잘팔리네요(?).
아무리 분야가 달라도 한가지 연구만 해서 살아남을 수는 없을 것 같고, 주어진 기회 안에서 최선의 실적을 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풀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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