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학원 생활을 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이제 이 글을 두번째이자 끝으로 저는 대학원 생활을 끝내려고 합니다.
그만두기 전에 대학원 진학을 꿈꾸기 시작한 때부터 대학원을 그만두기로 한 지금까지의 제 잘못을 되돌아 보고자 글을 씁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저는 막연한 환상에 사로잡혀있었고, 사람들에게 잘못한 부분이 많다는 것을 깨닫고 그만두기로 하였습니다.
저는 공학계열 대학원생입니다.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특정할 수 있기 때문에 공학을 전공하고 있다고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공부하고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사실 학부 1학년 때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학부 저학년때 부터 틈틈이 유튜브에서 다양한 공학관련 영상을 보면서 '나도 저기 나오는 엔지니어들 처럼 크고 아름다운 무언가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꿈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저처럼 보잘것 없는 사람도 밑바닥에서 부터 하면 된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생각도 가지고 있던 터라, 정말 나름 열심히 학부 생활을 보낸 것 같습니다. 그런 당찬 포부를 가지고, 저는 2학년 부터 관련 과목을 수강하기 시작했고, 3학년 부터는 연구실의 학부연구생으로서 활동하며 공부를 했습니다. 공부를 하다보니 저의 호기심을 충족한다는 점이 너무 좋았고, 제가 공부한 내용을 다른 분야를 전공하는 친구들과 같이 이야기하고 공유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고 행복했었습니다. 지금와서 되돌아보니 다 행복이었네요.
학부때는 인복도 좋아서 정말 좋은 교수님, 좋은 선배님들도 많이 만났었습니다. 학부때 지도 교수님은 저를 믿고 이것 저것 해보라고 저를 독려해주셨었고, 항상 응원해주셨었습니다. 그리고 선배님들도 정기적으로 저녁이나 주말에 일과가 끝나면 치킨이나 간단한 간식거리를 들고와서 자신이 하고 있는 연구에 대해, 앞으로 변해갈 세상에 대해, 우리의 미래에 대해 밤을 새워가며 이야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서로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관점을 공유하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해가는 과정이 저에게는 너무 즐거웠었고, 성장해간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저도 선배에게 배운 만큼 후배들에게 가르쳐주는 것도 너무 재미있었고, 즐거웠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이것도 행복이라는 것을 몰랐었지요.
하지만 학부 4학년이 되고부터는 졸업과제를 하면서 부터 무언가가 엇나가기 시작합니다. 저는 지도교수님 밑에서 졸업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시작했는데, 같은 학년 학부생 6명이 팀이 되어 졸업 연구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근데, 졸업 연구가 생각보다 잘 풀리지 않더군요. 저는 어떻게든 프로젝트를 진행하려고 했는데, 팀원들이 생각대로 따라와주지 않았습니다. 항상 미팅은 제가 억지로 잡는 느낌이었고, 조원들은 모르겠다, 약속이 있다면서며 다 손을 뺐었죠. 그래서 1학기 프로젝트는 결국 제가 1에서 100까지 저 혼자 진행하게 됩니다. 항상 어느 정도 프로젝트가 진행되어야 한다는 압박감과 조원들을 이끌어나가야 한다는 책임감이 저에게는 매번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었습니다. 그리고, 연구를 하는 과정에서 저 스스로도 미흡한 점을 알고 있기에 교수님께 제대로 되어가고 있는지 피드백을 받고 싶었지만 교수님은 항상 별 문제 없다는 듯이 그냥 하라고만 하셨고, 저는 불만이 쌓여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결정적인 사건을 통해서 타 대학원을 진학하기로 결정합니다. 앞에서 말한 졸업과제에 대해 1학기 경진대회에서 저의 조는 1등을 하게되고, 상금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그 상금은 고스란히 n등분되어 조원들에게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조원들은 상금을 받고도 아무런 말도 없고, 교수님도 그냥 별일 없다는 듯 반응을 하셨습니다. 그때 저는 회의감과 함께 분노를 느꼈고, 타 대학원에 진학하기로 합니다. 저는 사람들의 별일 없었다는 반응이 너무 억울하게 다가왔고, 사람들이 다 미워보였었습니다. 저는 저 상을 받기 위해서 다른 수업도 잘 못듣고, 매일 5시간씩 자면서 연구를 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다른 대학원을 진학하도록 하겠다고 교수님께 말씀드리고, 타 대학진학을 결정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 인생에 완벽한 자살골을 넣은 것 같습니다. 저는 제가 전공하고자 하는 연구실이 있는 몇몇 대학에 컨택 메일을 넣고, 컨택에 성공해 한 연구실에 대학원에 진학하기로 합니다. 저는 학부연구생 때의 생활을 생각하면서, '이곳에 가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것 같다'는 기대감에 대학원 연구실에 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그 당시의 학부 교수님은 자기의 연구 분야의 연구실을 가지말고 다른 분야로 대학원을 가라고 하셨었지만, 저는 결국에는 분야를 바꾸지 않고 바로 진학합니다.
여기서 이렇게 복에 겨웠던 학부생활(?)을 마무리하고 대학원에 진학하게 됩니다. 사실 학부시절에 같이 공부하던 친구들은 같이 놀기에는 좋았지만, 공부, 연구에 있어서는 다들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저 스스로 진로를 찾고 계획을 세워야 했기 때문에 방황을 많이 했었습니다. 또, 제가 한 과제를 친구들이 똑같이 배껴가기 쉽상이었고, 그 친구들이 저보다 더 좋은 점수를 받아가는 모습을 보면서도 의욕이 떨어지긴 했었습니다.
이제부턴 대학원에 진학하고 대학원을 그만두기로 한 과정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대학원 연구실에 가기 전에는 학부연구생 때의 연구실 분위기를 생각했었었습니다. 분위기도 화기애애하고, 서로의 지식과 가치관을 공유하면서 인격적으로나 학술적으로 좀 더 성숙해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그런 분위기를 생각하고, 새로운 연구실에 적응하고자 선배나 동기분에게 매일 인사하고, 가끔은 음료수나 간단한 간식 같은 것을 드리면서 친해지고자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저의 이런 행동은 연구실의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한 눈치없는 행동이었습니다. 새로가게된 연구실은 제가 생각했던 분위기 보다는 출근시간부터 퇴근시간까지 각자 할일만 하고 집에가는 개인주의적 분위기였습니다. 서로가 친하지도 않고 그닥 관심도 없는 개인플레이를 하는 연구실이었던 것이죠. 저는 분위기 파악도 못하고, 그냥 알고지내고 싶어서 인사하고 그랬던 것이었습니다. 선배나 동기들은 항상 냉담한 반응이었고, 저는 그런 분위기에 괜히 움츠러들고 상처 받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 당시에 상당한 오해를 하고 있었는데, 연구실 내부에서 큰 갈등이 있어서 분위기가 이렇게 되었나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분위기가 적응이 되지 않아 방황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냥 물어볼 수 있는 것들도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기 시작하고, 과연 내가 '저 사람들'이랑 잘지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서 점점 거리감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또, 작은 행동 하나에도 뭔가 크게 다가오기 시작했었고, 확대해석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 상황이 몇 개월정도 지속되다보니 '과연 내가 대학원에 다닐 자격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친구들을 만날때마다 대학원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얘기하고나면, 저는 친구들에게 제 감정을 쏟아낸것 같아 괜히 미안하고 죄짓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친구나 가족에게는 그냥 잘 지낸다고만 하고 어디 말도 못하고 속으로 곪아갔죠. 연구실 사람들에게도 점점 더 거리감을 느끼기 시작했고, 연구실을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더 크게 들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원래 울지 않으려고 하는 성격인데, 집에 울면서 간적도 여러번이었던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다 오해였던것이었죠. 사실 선배들이 항상 냉담했던건 아닙니다. 저의 1~2년 선배들은 저를 챙겨주려고 노력을 많이 했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저의 오해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이미 우울한 상태였고, 고마웠지만 제가 잘 어울리지 못해 항상 미안했었죠.
그렇게 시간은 흘러 지금에서야 돌아왔습니다. 저는 여기서 적응을 하지 못했다고 생각했고, 더이상의 진전은 없을 것이라 생각하여 몇 달간의 진지한 고민 끝에 대학원을 그만기로 결정했습니다.
사실, 그만두는 지금 시점에서 미련이 큽니다. 저는 연구자로서, 학자로서 뭔가를 이뤄보고 싶은 포부도 있었고 나같은 사람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생각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연구자로서의 삶의 모습이 저의 모든 것이고 그 자체인 것 처럼 살아왔는데, 이것을 한번에 무너뜨리고 제 인생의 방향을 크게 바꿔야 한다는 생각에 제 여태까지의 삶이 부정당하는 느낌이고, 사실 많이 두렵습니다. 지금 공부를 그만두고 취직해서 직장인으로서 삶을 꾸려나가는 과정에서 이루지 못한 공부에 대해 후회가 많이 남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국 이런 상황은 과거부터 지금까지의 저의 잘못으로 만들어졌기에, 받아들여야 할 수밖에 없습니다.
학교를 그만둔 이후, 저는 당분간은 지인들과 연락을 끊고, 혼자 조용히 공부를 하려고 합니다. 4개월간은 취업을 위한 스펙 및 대학원에서 하던 공부를 마저 마무리 짓고, 올 하반기 채용부터 본격적으로 취업 활동을 하려고 합니다. 대학원에 다시 들어가고 싶은 생각은 많겠지만, 현재로써는 사실 가고싶지 않습니다. 그래도 공부는 계속 할겁니다.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은 여러분들은 저처럼 이기적으로 살지 마시고, 항상 주어진 환경에 감사하며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감사할 줄을 몰랐고, 오만하게 행동하다가 결국 이런 파국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항상 지금의 상황이 당연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항상 감사할 줄 아는 마음으로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대학원에 신입생으로 입학하는 여러분, 잘 적응하셔서 연구자로서, 학자로서 멋진 삶을 살아가시길 기원합니다. 항상 존경하고 응원합니다.
아무도 잘못한게 없고 그냥 잘 안 맞는 분위기를 잠깐 경험하신 것 뿐인듯 한데요. 연구분야도 잘못이 없고 타대도 잘못이 없고 회사나 다른 집단에 간다고 안 이러리란 법도 없어요. 더 심한 곳도 많죠. 그냥 대학교 밖 다른 세상을 경험하면서 겪는 성장통이라 생각해요. 너무 모든 것에 의미부여하실 필요도 없고, 너무 힘들다면 다 내려놓고 일단 좀 추스르시는것도 좋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닐거예요.
2022.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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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16
2022.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