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박사 시작한지 5개월 정도된 시점입니다.
독일에서 하고 있고 학교가 아닌 연구소 소속이 되어 학위만 협력 학교에서 받는 형태입니다.
현재 몇개월 다녀본 결과 여기에서 과연 좋은 연구를 할 수 있을지 여러가지 의문점들이 생깁니다...
거의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괜찮을까.....라는 위기감이 듭니다.
한번 읽어보시고 어떤지 의견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미팅이 너무 많습니다..만 알맹이가 없습니다
일단 총 미팅들을 나열해보자면:
- 지도 교수로부터 1달에 한번 10분 이내의 피드백 (지도교수는 institute director라 얼굴 보기 힘듬)
- 2달에 한번 지도 교수와 포닥과 함께 정기적인 1시간 가량의 미팅 (초기라 아직 시작을 안했습니다)
- 포닥과 매일 아침 대략 20분정도 good morning meeting
- 1주일에 2번 포닥과 정기적인 미팅 + 1번의 포닥이 속한 팀미팅
- 1달에 2번 다른 팀미팅 (포닥이 속한 팀 말고 다른 팀, 여기 박사생들은 전부 2팀에 소속되어서 이 팀은 명목상 행정적인 업무 지시등만 전달합니다)
- 2주에 한번 다른 협력 학교와의 조인 미팅 + 또 다른 협력 그룹과의 조인 미팅
언뜻 보면 굉장히 잘 tracking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들여다본다면 속은 비어있는 미팅들이 대부분인 거 같습니다...
아침미팅은 단지 아침에 일찍 일어나라는 의미인 것 같고 (코로나 시기라) 별로 중요한 얘기도 하지 않고 수다만 떨고 끝납니다. 왜 일주일에 포닥과 2번이나 만나야 하는지 잘은 모르겠고요 (1번이면 충분하다 생각됩니다) 별로 리포트할 것도 없다면 그 시간에 자기 할일 하는게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걸 문제 삼고 미팅을 취소해도 되냐고 하면 저에게 마이너스가 되겠지요...... (거의 회사 분위기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저에게 가장 도움 되는 조인 미팅들에는 이 포닥이 참석을 아예 안하거나 대충 한다는 겁니다. (포닥에 대해서는 밑에서 더 설명할게요) 그러니 저의 일에 대한 이해도 없고 피드백도 별로 제대로 주지도 못합니다.
2. 포닥의 지도력
포닥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이고, 저와의 연구 분야는 조금 다릅니다. 저말고 박사생 1명(이론)을 더 맡고 있는데 이 친구도 처음에 힘들었다고 합니다. 포닥이 이 박사생 분야에 대한 지식이 전무해서 박사생이 거의 가르치다시피 했다고 합니다. 나중에가서는 안되겠다 싶었는지 다른 그룹과 조인을 시작해서 지식을 더 전달받고 했다고 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인게, 물론 이 친구만큼 심한건 아니지만 저의 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사실 모든 장비와 소프트웨어 코드가 협력 학교에 있기 때문에 전혀 제가 필요한 정보들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이것에 대한 불만이 저도 모르게 있었나 봅니다. 그러다보니 개인 미팅때 점점 질문수도 줄어들고 간단히 보고만 하는 형태가 되어간것 같습니다. 이러면 안되는 걸 알지만 별로 의미있는 피드백이나 제안을 해주지 못하다 보니 다른 그룹 사람들과의 관계에 더 치중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3. 엄격한 룰... 회사 분위기
그리고 이 포닥만 이런건지 아니면 전체 연구소가 이런건지 모르겠는데 자신이 출근하는 시간 (9시 이전)에 제가 출근하지 않으면 굉장히 부정적으로 봅니다... 제가 전에 있었던 석사 그룹이나 다른 박사친구들 말 들어보면 사실 코로나이기도 해서 별로 신경을 안씁니다. 이 전 그룹의 박사는 뭐 오후2시에 와서 오후10시에 퇴근하곤 했어요. 성향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뭐 연구소마다 룰이 다 다르겠지만 여긴 유난스럽게 회사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는 거 같아요. 포닥의 피드백을 처음 받고나서야 알게 된 사실입니다. 그 전에는 저도 자유출근제라 생각하고 11시 전으로 보통 도착하고 (집에서 1시간 거리고 버스가 1시간에 1대있습니다), 또 이 연구소가 문을 일찍 닫아서 (6시면 다들 집에 갑니다) 어쩔수 없이 집에 돌아와서 좀 더 일을 하는 형태입니다. 그리고 저는 효율을 중시해서 몇시간 일을 하느냐보다 얼만큼의 일을 하느냐 주의라 제가 만약 포닥이더라도 일만 잘 하면 딱히 상관 안할거 같은데 이런 푸쉬를 받으면 쓸데 없는 스트레스가 더 쌓이는 거 같아요.
박사생들만 있는게 아니라 직장인들도 있어서 아마 그런것도 같고... 다른 같은 산하 연구소 사람들한테 물어봤는데 이런 분위기는 아니고 보다 자유로운 분위기인거 같습니다. 연구소장 성격에 따라 다른 것 같은데 연구소장인 지도 교수도 성격이 워낙 다혈질이고 강한 성격이라 대하기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뭐 물론 따라야 하는 룰이지만, 저와의 성향과는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느낍니다.
또한 전에 의사소통의 문제로 실수를 한 적이 있는데, 굉장이 화나셨던 적이 있습니다. 그 이유인즉슨, 자신은 institute director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이메일을 보내거나 만날 수 없고 반드시 저위의 포닥이나 팀리더를 통하거나 행정실을 통해서 연락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인 중요한 일로 이메일을 드렸다가 제가 포닥이나 팀리더와 상의하지 않고 바로 이런 문제를 제기했다는 것에 화가 굉장히 나셨었습니다.
4. 분산된 일 형태
사실 학교에서 박사를 하면 포닥이 여러명, 박사도 여러명, 여기저기 프로페셔널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많은 지식을 전달받고 또 비슷비슷한 일을 하기 때문에 아무리 몰라도 다들 서로 무슨 일을 하는지, 도움이 필요할때 누구한테 가야하는지 정도는 알고 있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재 제 위의 포닥 1명, 새로 들어온 포닥1명, 박사생 1명, 저 이렇게 4명이 한 그룹이고 이게 다입니다 사실상.... (다른 팀에도 속해있지만 이 팀은 사실 정말 명목상 존재하는 그룹...) 다들 배워가는 입장이고 하는 일들이 완전 다르니 별로 배울 수 있는게 없어요 아주 기본적인 지식말고는요. 따라서 다른 협력 학교 그룹에 도움을 요청을 많이 하다보니 제가 커뮤니케이션도 잘안하고 일도 안하는 걸로 보였을 거 같습니다.... 이런 형태의 그룹에서 제가 정말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하고 싶은 연구를 제대로 해내갈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다른 그룹의 도움에 크게 의존해야하는 일의 구조..... 저도 전에 한 분야가 아니라 조금 새로운 분야 뛰어드는 건데 잘 개척해나갈 수 있을지요...
이 모든 걸 종합해서 보자면, 미팅은 많지만 실직적으로 하는 건 없고, 그룹이 있지만 지식은 없다는 결론입니다.
논문도 별로 잘 안나온다고 들었어요 포닥에게서. 이 연구소에서 이 새 분야를 시작한지 얼마 안되기도 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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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2021.11.24
막스플랑크인가요... 유럽 특히 독일쪽이 우리 기준(?)에서 볼 때 연구환경이 특이한 것 같습니다.
쓰신 내용만 보면 좀 부정적으로 보이는군요. 지금 계신 그룹이 어떤진 모르겠지만, 독일에서 PhD 과정중에 성과없다고 쫓겨나는........... 그런 경우를 몇번 들었습니다. 유럽에서 학위를 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만,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교수님들이 멱살잡고 졸업까지 끌고 가는 경우 대비 가차없이 자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하더군요.
성과가 안나올만한 환경이라 말씀하신 점이 걸립니다. 모쪼록 깊은 고민을 해보시는 것이 좋겠네요
2021.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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