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을 잘 달진 않지만, '제가 아이 인생을 망친 걸까요...' 라는 내용 때문에 지나칠 수가 없네요.
서강대나 한양대나 인생 살면서 큰 차이가 없습니다. 더 큰 차이는 학생 개개인이 만들어나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양대 나와서 백수로 살수도 있고, 서강대 졸업하고 MIT 유학갈수도 있죠. 다 본인이 하기 나름입니다.
그런데, '본인이 하기 나름'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꺾어버리는 것이 바로 지금 부모님이 하고 있는 치맛바람입니다. 1. 컴퓨터쪽 전문가도 아니신것 같고 2. 취업분야 전문가도 아니신 것 같으며 3. 심지어 학생때 공부를 잘하신것 같지도 않군요. 즉, 길라잡이로서의 역량을 아무것도 갖추지 못했으면서 티끌같은 디테일에 집착하고 계신다면, 자녀의 성장에 가장 중요한 '본인이 스스로 해내는 능력'을 처참하게 짓밟는 결과밖에 남지 않습니다. 자녀분 죽을때까지 평생 케어하면서 사실건가요? 설사 그런 능력이 된다 하더라도, 그 방법은 가장 사랑하는 자식이 가장 덜 사람답게 사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부모가 해야 할 역할은 사람으로서 최소한 갖춰야 할 도리를 할 수 있도록 가이던스만 주고, 나머지는 자녀가 스스로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To do list를 적는게 아니라 Not to do list(열심히 노력하지 않고 결과만 좋기를 바라는 태도 등)만 어른의 관점에서 교육하는 것입니다.
이런얘기 해도 바뀌시지 않을 가능성이 99%라는걸 알고 있지만, 1%의 가능성 때문에 남깁니다. 솔직히 말하면 학부모님은 전혀 걱정 안되고, 저 환경에서 자라고 있을 자녀분이 매우 걱정됩니다.
22년 1학기 카이스트 입학을 노리고 있는데요 (학부 GPA 기준 2-3등인데 큰 과는 아닙니다. 30명 정도) 근데 추천서를 받아야한다고 해서요.. 가급적 전공쪽 교수님을 받으려고 (과에 교수님이 많지 않아서 선택지가 넓지 않습니다) 한 교수님 컨택하니 '난 학생을 잘 모르니 써줄순 있는데 그냥 잘 모른다고 써줄수밖에 없다' 라고 하셨고요 다른 분은 찾아가니 내가 본교 대학원을 활성화해야하는 입장에서 카이스트 추천서는 개인적으로는 미안하나 써줄수 없다. 다른데 가서 알아보라라고 하셨습니다. 대신 해외 유학가는거면 써주겠다고.. 과 분위기가 이렇다면.. 하는수 없이 교양들은 교수님을 찾아가야하나 싶은데.. 다른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2021.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