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 [2025 가을학기 UIUC 합격] 김박사넷 유학교육 후기 - 1편에서 이어집니다.
바쁘신 와중에 좋은 소식이 있었네요. 축하드립니다. 사전 컨택은 어느 정도의 성과가 있었나요?
네 일단 저는 11월에 본격적인 컨택을 시작했는데요. 일단 추천인 분들에게도 리마인드 겸 한번 공유를 드렸고 컨택과 함께 추천서 제출, SOP도 미리 교정을 받아서 마무리를 했습니다. 그 덕분에 좀 본격적인 사전 컨택을 할 수 있었는데, 제가 총 19개의 학교에 지원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일단 사전 컨택을 하지 않은 10개 학교 중 9개 학교에서는 불합격을 받았고요. 한 군데에서 인터뷰를 진행했고 최종 합격을 했습니다.
사전 컨택을 한 9개 학교 중에 6개 학교에서는 답장을 받았는데 그중에 2개 학교는 지원하기 전에 인터뷰 요청을 받고, 최종 지원 후에 합격까지 이어졌습니다. 나머지 4개 학교는 이제 너의 이력을 보니까 괜찮은 것 같으니까 한번 지원을 해 봐라는 격려를 받았고, 지원 후 한 2월에 인터뷰를 요청받은 데가 두 군데, 그리고 따로 인터뷰 요청 없이 바로 오퍼를 받은 데가 한 군데, 그리고 아무 연락 없이 그냥 불합격을 받은 데가 한 군데입니다.
정리해보면, 사전 컨택을 하지 않은 학교에서 지원서 마감 후 인터뷰 요청을 받는 경우도 있었고, 지원서 제출을 하기 전에 사전 컨택으로 제 CV만 전달해서 인터뷰를 요청받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와 별개로, 제 추천인과 친분이 있는 미국 교수님이 만약에 자기 연구실에 관심이 있으면 비공식 오퍼를 바로 주실 수 있다고는 연락도 받았습니다. 여기는 제가 다른 학교들도 지원하고 싶은데 오퍼를 수락했다 거절하기엔 신뢰에 문제가 있어서 지원하지 않았습니다.
신중하게 결정하셨네요. 강력한 추천서를 받은 만큼 이후 평판도 중요하죠.
인터뷰도 5개 정도 하셨는데, 그만큼 우수한 지원자라는 뜻이기도 해요. 애초에 교수나 커미티가 바쁜 시간을 쪼개서 인터뷰를 본다는 건 이 학생이 마음에 들었다는 거거든요. 특히 원서마감일 전후로 인터뷰를 볼 경우엔 우수인재를 선점하려는 뜻이기도 하고요.
인터뷰하시면서 교수님께 받은 예상치 못한 질문이나 기억에 남는 질문이 있었나요? 저희 인터뷰 단골 질문이죠.
한 교수님과의 인터뷰에서 제가 썼던 논문의 아이디어를 어떻게 도출하게 됐는지를 여쭤 보셔서 조금 당황했던 것 같네요. 보통 논문의 아이디어 자체를 물어보시는 경우는 있었어도, 어떻게 이 아이디어를 생각했는지 물으실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거든요.
어떻게 대답하셨어요?
당황했지만, 퇴근 후 집에서 샤워를 하다가 당시 문제를 개선할 새로운 방법이 정말 갑자기 생각났던 기억이 났어요. 그래서 있는 그대로 말씀드렸더니, 혹시 그렇게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생각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건지 여쭤 보시더라고요. 아마도 박사과정 동안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능력이나 문제를 해결하는 태도를 들어보기 위해 질문을 하신 것 같더라고요. 거창한 답변을 하지는 못했지만, 저는 보통 다른 사람들 논문의 아이디어를 일단 재현해보면서 영감을 얻는다고 말씀드렸고, 교수님도 좋은 습관이라고 생각하시는 듯했습니다.
그렇죠. 꼭 샤워하거나 할 때 아이디어가 떠오르더라고요. (웃음)
사실 컨택메일을 보낸 9곳 중에서 6개 답장을 받은 것은 대단한 성과입니다. 보통은 두 자리 수를 보내도 하나 받을까 말까 하거든요. 컨택메일 쓰실 때 팁이 있을까요?
내용도 중요하고 시기도 중요하지만, 공통적으로는 구체적이고 개인화된 지원동기 – 스토리라인이 정리돼야 합니다. 흔히 보내는 나쁜 메일이 ‘저는 이런 이력을 가졌는데 올해 박사과정을 뽑을 계획이 있나요?’ TO를 묻는 건데요. 저도 나는 절대 이렇게 보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맨 처음 보냈던 컨택 메일을 다시 읽어보니까 이런 식의 메일이었더라고요.
사실 이런 식으로 뿌리는 메일은 답장이 안 올 확률이 굉장히 높고 제 경우에도 답장이 오지 않았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컨택 메일은 특정 교수님의 연구에 대한 조사와 그 연구실로의 진학을 제가 스스로 진지하게 고민이 된 상태에서 보내는 것입니다. 그래서 컨택 메일을 보내기 좋은 타이밍은 준비만 됐다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앞서 말씀하신 교수님이 뽑고 싶은 학생 TO를 선점하는 효과가 있을 수가 있고요. 또 제가 경험을 해봤지만 교수님이 이 지원자를 뽑기 위해서 마음에 들었다면 과제 계획을 바꿀 수 있는 유동성을 미리 드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밋업 강연이나 교과서, 클래스 등에서 하는 이야기인데 ○○님이 직접 말씀해주시니 뿌듯하네요. CV는 어떻게 정리하셨나요?
네 저는 CV는 컨택메일용으로 따로 하나 만들었는데요. 일반적인 CV와 달리 컨택메일에 첨부할 CV는 짧은 시간에 나를 어필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제 CV 구성은 연구 관심사와 경력을 더 강조하기 위해서 가장 위에 올리고 그 다음 실적, 학력 순으로 구성했고요. 홈페이지 같은 경우는 제가 꾸준히 관리를 하고 있는 링크드인으로 대체했습니다. 그리고 혹시나 제 풀 페이퍼를 확인하고 싶으실 수 있으니 구글 스칼라로 연동해두었고요.
논문을 인용하는 데에도 여러 방식들이 있는데 예를 들어 저자 순위, 이하 저자, 논문지 호수나 doi 같은 것들은 교수님이 필요로 하는 정보가 아니라 생각해서 생략했습니다. 특허는 아무래도 학계에서 우선순위가 낮으므로 간단하게만 썼고 수상 이력만 남겨 두었습니다.
제가 강조한 것은 실무 능력과 툴 사용 능력인데 저는 회로 설계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제가 어떤 파운드리 공정으로 설계를 해봤는지 강조해서 최종적으로는 두 페이지 CV를 만들었습니다.
사실 저는 메일 트랙커를 사용해서 교수님이 메일을 열어보셨는지 확인했는데요. 컨택메일 조차도 안 보시는 경우도 있지만, 일단 메일을 보시면 CV 파일도 한 번 정도는 열어보시더라고요. 심지어 어떤 분은 답장은 안 주셨는데 CV를 거의 수십 번 며칠 간격으로 열어보시면서 뭔가 고민을 하신 것 같습니다.
아마도 앞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정성들여 쓴 컨택 메일이기에 교수님이 핏을 고민하셨던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답장을 받진 못했지만 그럴 때 여기서 무엇을 하면 답장을 받을 수 있을까? 생각해 볼 수도 있겠지요.
일반적으로 유학준비생들이 간과하는 편이지만 합격자들은 공통적으로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습니다.
혹시 연구실 조사나 논문 읽기는 어느 정도 하셨나요?
하하. 저 역시 리서치 핏을 찾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나와 연구 이력이 얼마나 일치하려는지 보려면 그 연구실에서 최근 5년에서 한 10년 정도 발표한 논문들을 읽으면 좋겠죠. 사실 디테일을 모두 파악하기는 어렵고요. 이 연구실이 주로 어떤 문제를 푸는 데 주력하는지 정도만 스키밍 할 수 있도록 제목이랑 발표한 저널 학회명 정도는 파악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게 파악이 됐다면 이제 이 연구실이 나의 과거 연구 이력 또는 향후에 제가 하고 싶은 연구와 얼마나 핏이 맞는지를 판단할 수가 있겠죠.
실제로 제가 리서치 핏이 조금은 맞지만 잘 안 맞는 연구실에 컨택을 해봤는데… 결국 컨택을 아무리 정성 들여서 잘 준비해서 하더라도 리서치 핏이 잘 안 맞으면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습니다. 사실 대부분은 답장조차 안 오는게 일반적인데 이 교수님은 정말 인품이 좋으셔서 친절히 연구 핏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해주셨고요. 오히려 해당 연구실에서는 제가 제안한 이런 연구들을 주력으로 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만약 그런 리서치 핏이 잘 안 맞는 곳에 가게 되면 박사과정을 잘 마치는데도 힘들 수 있다는 조언을 주셨습니다.
보통 그런 답장 안 주시는데, 정말 이례적인 경험을 많이 하셨네요! 컨택메일을 어떻게 쓰셨는지 궁금해질 정도입니다. 이런 답장을 쓸 수밖에 없게 만드는 메일이었겠어요.
그럼 리서치 핏이 딱 맞는 곳이 아니면 의미가 없는지 후배들이 궁금해할 것 같은데요. 저는 정답을 알고 있지만요. (웃음)
물론 저와 100% 리서치 핏이 맞는 연구실만 찾아서 지원을 해야 하는 건 아니라 생각합니다. 이것도 제 경험으로 말씀드릴게요. 제가 지금까지 해온 연구랑 리서치 핏이 아주 일치하지는 않는 소자 기반 연구실에 컨택해 봤는데요. 그 이유는 제가 장기적으로 하려는 AI 하드웨어의 어떤 비전과 접점이 있어서였습니다. 그랬더니 교수님이 실제로 이번 가을 학기에 회로 배경이 있는 박사 과정생을 뽑으려 한다고 이렇게 답변을 주셨습니다. 알고 보니 새로운 과제를 하나 따셨는데 그게 새로운 설계 엔지니어를 필요로 하는 주제였습니다.
이 학교도 저와 리서치 핏이 100% 맞지는 않았지만 사전 컨택 덕분에 최종적으로 인터뷰와 합격까지 받았기 때문에 연구실 조사와 분석을 꼼꼼이 해서 사전 컨택을 하는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제가 책(김박사넷과 미국 대학원 합격하기)에 싣은 ○○님 합격 사례에서 언급했었는지 기억이 잘 안나는데, 정말 놀라울 정도로 저희가 말씀드리는 유학 준비 과정을 밟아 오셨어요. 이게 쉬운 것 같으면서 제일 어려운 거거든요. 왠만한 의지와 노력으로는 되지 않는 걸 잘 알고 있어서요. ○○님 말씀에서 셀프 모티베이션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신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추천서에 대해 이야기해볼까요? 특히 직장 경험이 있으셔서 추천인을 어떻게 구성했는지 독자들이 궁금해할 것 같은데요.
네 제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추천서는 저를 잘 아시는 분이 심지어 제가 진학을 희망하는 PI와 개인적인 친분까지 있으면서 잘 써주시는 경우라고 생각하고요. 최악은 이 반대라고 봅니다. 저를 잘 모르니 좋은 추천서를 써줄지 알 수 없고 심지어 나쁘게 써줄 수도 있으신 분인데 미국의 PI와 친분까지 있는 분이라면 최악이라고 생각하고요. 일반적으로는 저를 잘 알고 정말 저에 대해 좋은 추천서를 확실히 써줄 수 있는 분을 구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삼성전자에서 거의 6년을 근무했기 때문에 박사 학위가 있는 매니저에게 추천서 한 부를 부탁드렸고 나머지 추천서는 석사 지도 교수님과 이제 수업을 들었던 교수님에게 받았습니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추천인들께 리마인드 드리는 것인데요. 추천인들께서 워낙 바쁘신데 원서 제출 마감일은 12월 15일쯤이잖아요. 제가 3월쯤에 추천서를 부탁드렸으니 시간도 한참 지났고 연말이라 잊고 계셨을 수도 있으니 꼭 리마인드 드리기를 권장하고 싶고요. 특히 학교마다 추천서 제출 일정과 방법이 다를 수 있으니 그 부분도 미리 파악해서 전달드리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편집자 주 - [2025 가을학기 UIUC 합격] 김박사넷 유학교육 후기 - 3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