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 [2024 가을학기 Stanford 합격] 김박사넷 유학교육 후기 - 1편에서 이어집니다.
그러면 학계에 남아서 계속 연구를 하고자 하는게 ○○님의 목표라고 생각하면 되겠군요.
네 좀 더 구체적으로 한다면, 그래도 Nature, Cell, Science 본지에 논문도 내고 좋은 학교에서 연구하면서 학생도 지도하고 특히 저는 한국에서 유학을 오려는 친구들을 좀 많이 서포트해주고 받아서 좀 키우고 싶은 게 제 희망 중에 하나예요.
혹시 미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한국에 돌아올 수도, 미국에 남아 연구를 계속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일단 지금으로 봐서는 미국에서 교수를 먼저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한국의 포지션이 나면 한국으로도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미국에서 교수가 된 다음에 한국으로 교수로 가는 것도 늦지 않다고 생각을 하고 그리고 저희 지도 교수님은 계속 그래서 너 우리 학교 교수로 올 거냐고. (웃음)
저도 그게 궁금하거든요. 모교로 올 것인가, 한국으로 리턴했을 때 다른 곳에서 오퍼를 받을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그런 말씀하시는 것 같아요. 제가 오길 되게 바라시는 것 같아요. (웃음)
아무래도 그렇죠, 교수님 원래 전공도 바이러스학이시니까 우리가 한번 힘을 합쳐보자 이런 말씀이신 것 같기도 하고요. (웃음)
네네 (웃음)
박사 과정 동안 달성하려는 목표 같은 게 있으실까요? 예를 들어 다른 학생은 4년만에 박사학위를 받는 게 목표라고 하더라고요. 물론 그러려면 연구실적도 챙겨야 하고요.
네 저도 구체적인 목표가 있어요. 일단 생물학은 학교마다 평균졸업연수가 나오는데 대부분 다 5.5년에서 6년 정도거든요. 처음에는 저도 박사 졸업 자체를 빨리 할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요, 그거보다는 제가 포스닥을 좋은 곳으로 갈 수 있는 실적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박사과정 동안 일단 Nature, Cell, Science 자매지에 최소한 하나 정도는 1저자 논문을 내고 싶고요. 또 콜라보레이션을 되게 많이 해보고 싶어서 콜라보레이션을 포함한 1저자, 공동1저자 포함해서 최소 5개 정도를 쓰는 게 목표예요.
이렇게 미래를 구체적으로 그릴수록 결과에 가까워지는 것 같아요. 연구에 관련된 질문을 해볼까 하데요. 저번에 우선순위가 스탠퍼드, 와슈, 그 다음이 위스콘신-매디슨이라고 하셨어요. 다 좋은 학교들이죠. 특히 와슈는 공중보건 쪽으로 1위, 스탠퍼드는 의대 쪽이고… 지금 ○○님이 지원한 프로그램들이 조금씩 걸쳐져 있는 것 같아요. Biomedical Sciences는 엄브렐라 프로그램(Umbrella program)*일 것 같고요.; Pathology나 Molecular and Cellular Program에도 지원하신 걸까요?
네네. 이게 프로그램을 제가 따로 바이러스 하니까 바이러스만 지원해야지 이러지는 않았고요. 워낙 바이러스를 하는 학교가 많지 않아요. 예를 들어서 프린스턴**이나 웨일코넬***은 쓰고 싶어도 못 썼어요. 바이러스 연구하시는 분이 없거든요.
*Umbrella program: 다양한 분야의 전공이 한 프로그램으로 묶여있고 랩 로테이션이 가능합니다.**프린스턴대학교 (Princeton University)
***웨일코넬의과대학교 (Weil Cornell Medicine) *편집자 주 - 스탠퍼드 인터뷰 후 추가된 코멘트입니다. 예를 들어 바이러스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연구시설이 갖춰져 있어야 해요. (편집자 주 - 실험 내용에 따라 생물안전등급(BSL, 1~4등급)이 매겨짐) 이때 BSL3, 혹은 BSL4 연구시설이 갖취지지 않으면 BSL2에서 연구 가능한 DNA 바이러스(헤르페스 바이러스 등)나 HIV 등 연구가능한 바이러스의 종류와 수가 제한되거든요. 그러한 것들을 모두 고려하여 학교를 선정하였습니다. 미국에도 바이러스학을 연구하시는 분이 적은가요? 그러고 보니까 얼마 전에 노벨 생리학상 받으셨던 교수님 보면서 ○○님 생각을 했거든요. 좀 다르긴 한데 mRNA 연구를 하셨고 되게 고생을 많이 하셔서… 유펜(UPenn, University of Pennsylvania)에서 수모도 겪으셨고 그래서 되게 힘든 길이구나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네네. 바이러스가 미국에서도 주류는 아니에요. 그리고 바이러스를 연구하려면 바이러스를 연구할 수 있는 시설이 있어야 되는데 모든 학교가 그 시설을 갖춘 건 아니고요. 소위 프린스턴이나 듀크나 웨일코넬 같은 전통적인 생물학 강자라고 하는 곳들이 아무래도 요즘에는 실적에 따라서 그 학교의 순위가 전에 정해지다 보니까 바이러스로 똑같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논문을 냈을 때랑 암이나 자가면역 질환 같은 다른 질병으로 - 파킨슨병 같은 걸로 - 똑같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논문을 냈을 때 후자가 훨씬 더 좋은 임팩트 팩터의 논문을 낼 수 있는 확률이 높아요.
그러니까 마이너 분야로서의 한계와 어려움이 분명 존재하는데 학교 입장에서는 똑같은 돈을 들여서 후자가 더 실적이 좋다 보니까 후자를 많이 밀어주는 경향이 생기는 거예요. 그래서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학교들이 소위 말하는 우리가 말하는 잘 알고 있는 아이비리그나 탑스쿨에는 모두 포진해 있지는 않게 되는 상황이 펼쳐지더라고요.
저도 이제 조사를 하면서 알게 된 부분이라서 그래서 어쨌든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학교로 다 50개 정도를 추리고, 그중에서도 이제 Microbiology나 제가 관심 있는 Bioinformatics가 중요한 학교들의 순위를 추리고, 제가 관심 있는 교수들을 이제 하나하나 다 찾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엑셀 파일에 한 390명 정도의 교수님들을 딱 정리했던 것 같아요.
얼마나 걸렸어요?
그게 3개월 정도, 2~3개월 정도 걸렸어요.
어떻게 보면은 ○○님은 되게 오래전부터 유학에 대한 생각을 하고 계셔서 이런 열의를 쏟을 수 있지 않았나 싶기도 한데요. 사실 390명 엄청난 숫자거든요. 사전 컨택은 안 하셨던 걸로 아는데요.
네 맞아요. 사전 컨택은 한 10통 정도를 보냈었는데 대부분의 답변은 다 이제 지원 후에 연락을 해라 ,또는 인터뷰를 받은 다음에 연락을 하든지 전부 다 그런 경우였어가지고요. 그리고 제가 장학재단 선배들한테도 하버드나 스탠퍼드 가신 분들한테 여쭤봐도 컨택 메일 굳이 낼 필요 없다 보낼 필요 없다라고 말씀하셨어서 이게 또 근데 생물학 안에 세부 전공마다 다른데요.
예를 들어서 Ecology and Evolution 같이 생태학이나 진화학과 이런 굉장히 적게 사람들을 뽑는 그런 아주 특수한 과, 저희보다 마이너한 과는 컨택을 하는 게 권장이 돼요. 근데 이런 건 인터넷 웹사이트만 들어가 봐도 바로 나오거든요. 저희 과는 그렇지 않았다는 거. (웃음) 특히 로테이션하는 엄브렐라 프로그램일수록 선택을 하는 게 의미가 없더라고요.
그렇죠. 저도 Biomedical, 그러니까 생물학 쪽 프로그램 조사하면서 알게 된 거였어요. 지금 미시건엔 지원 안 하셨는데 PIBS*라든가 그런 프로그램들이 컨택하지 마라, 어차피 엄브렐라라서 알 수가 없다 이런 식으로 써두죠. 바이러스학 특성상 컨택을 좀 장려하지 않았을까 했는데 그렇진 않았군요. 장학 프로그램 선배들 중에 ○○님처럼 바이러스 하는 선배가 있었어요?*PIBS: Program in Biomedical Sciences
와슈에 딱 한 분이 계세요. 근데 그분은 바이러스를 하려고 유학을 가신 분이 아니에요. 로테이션을 돌다가 알게 된 교수님이 바이러스를 해서 바이러스를 하게 되신 분이에요.
그러면 조금 다른 케이스긴 하네요.
네네.
그분한테도 도움을 많이 받으셨겠어요.
네 많이 받았어요. 저는 근데 그분을 장학재단 들어가기 전부터 알고 있었거든요. 제가 학교 조사를 하면서 와슈에 계신 교수님한테 관심이 있으니까 그 교수님 웹사이트로 들어가 봤는데 한국인 학생이 있어서 제가 무작정 연락을 드렸는데 그게 제가 한국고등교육재단 장학에 지원하기도 전이었거든요. 지원하고 나서도 그분이랑 계속 한 달 전까지도 인터뷰하고 최종 합격할 때까지도 계속 연락을 드렸어요.
그랬군요. 줌 미팅도 해주신 것 같은데요?
네 여러 번, 굉장히 많이 했어요.
그분은 박사 몇 년 차세요?
지금 4년 차 넘어가시고 이제 5년 차 돼 가시는 것 같아요.
거의 졸업을 목전에 둔 그런 상황이시네요. 학문이 학문이다 보니까 서로 대화도 잘 통하고 그러셨겠어요. (웃음) 그 선배가 와슈로 오라 그러지 않아요?
아니요. 오히려 굳이 와슈 올 필요 있냐고 하시더라고요. 와슈 붙은 것도 축하하고 여기로 와도 좋지만 너는 어느 학교를 가든 되게 잘할 거다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만약 다른 학교를 가도 계속 학계에서 만나서 같이 교류하자 이런 식으로 말씀해 주셨어요.
그리고 제가 이제 미국 내에서의 바이러스 연구 학계의 사정을 잘 모르잖아요. 그래서 그런 거에 대한 피드백을 많이 해주셔서 SOP를 수정하는 데에도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어떤 부분을 많이 알려주셨나요?
일단은 한국 바이러스 학계에 대해서 미국은 잘 모른다라는 부분이 제일 컸고요. 그래서 그거에 대한 너의 로직이 좀 인트로덕션에서 좀 많이 바뀌어야 된다 이런 식으로 말씀하셨고. 그리고 이제 아까 말씀드렸던 Bioinformatics에 대한 이야기, 그러니까 미국에서 바이러스를 연구하시는 교수님들이나 학생들도 Bioinfo에 대한 배경 지식이 좀 부족한 편이니까 이거를 잘 어필하는 게 너의 강점이 될 거다라는 조언을 주신 것도 그분이고요.
그리고 와슈의 특장점에 대해서도 많이 말씀해 주셨어요. 와슈가 Bioinformatics 분야에서 TOP 5거든요. 바이러스를 포함한 Microbiology가 TOP 6예요. 그래서 Bioinfo가 되게 강한 학교고 콜라보레이션이 굉장히 활발한 학교다. 그래서 이 학교를 왜 오고 싶은지 SOP 마지막 문단에 쓸 때, 이런 와슈의 특장점을 좀 어필하면, 얘가 이 학교에 대해서 잘 조사를 했구나라는 거를 보여줄 수 있으니까 그런 부분을 써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씀하셨고요.
키 팩터를 짚어주셨네요. 저도 사실 SOP 인트로덕션이 좋았거든요. 개념원리반에서 7월 8월 이때 쓰시고 나서도 여기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하셨을 거라 생각해요. SOP 완성되기 전까지는 계속 우리가 어플라이 단계에서 수정을 하잖아요.
저는 그 부분에서 a big question을 딱 던지는 것이 좋았어요. 이게 ○○님이 평생을 이 연구 분야에 투신을 해서 풀고자 하는 큰 문제이잖아요? 그 문제 제기를 되게 세련되게 하셨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어 표현도 너무 좋았고요.
SOP는 제가 다 썼어요. 특히 절대 ChatGPT 같은 거를 쓰지 말라는 조언을 많이 받아서요. 일단 초안부터 시작해서 다 제가 쓴 거고, 이게 한 버전 11, 12까지도 계속 고치고 고치고… 제 스스로 계속 고치면서 한국고등교육재단 장학생들 한 6, 7분 정도의 피드백을 받고 조금씩 수정해 나갔던 것 같아요. 10월까지요.
장학재단 말고, 다른 선배들의 도움을 받은 부분도 있을까요?
네 저희 과 선배님이신데 지금 하버드 MCB* 교수로 계신 분이 있어요. 작년 1월에 교수가 되셨는데 그분이 제가 석사를 할 때 - 이거 좀 스토리가 길긴 한데요. - 하버드 교수가 되신 기념으로 저희 과에서 특별 강연, 세미나를 열었어요. 선배님 약력이 예일에서 박사 후 하버드에서 포닥하시고 이제 하버드 교수가 되신 분이셨거든요.
*편집자 주- Harvard MCB: Department of Molecular and Cellular Biology, Harvard University
*편집자 주- Harvard MCB: Department of Molecular and Cellular Biology, Harvard University
저도 미국에서 유학을 하고 싶으니까 일부러 눈에 띄는 옷을 입고 가서 강연을 들었는데 너무 재밌는 거예요. 제가 하고 있는 연구랑 비슷한 부분이 있고 너무 재미있어서 강연 끝나고 질문을 막 대여섯개씩 했었어요. 교수님, 학생들 합쳐서 한 80 몇 명 있는 자리에서 가장 먼저 손 들고 질문을 6개 정도 폭격을 했었는데… (웃음) 그리고 나서 강연이 끝나자마자 바로 메일을 보냈어요. 저는 오늘 강연을 들은 교수님 후배 누구 누군데 이제 박사 유학을 가고 싶다라고 하니까 계속 도와주셨어요.
그때부터 메일로 SOP는 어떻게 해야 되고, 어떤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게 좋을 것 같고, 동부 서부 중에서는 동부가 조금 더 좋을 거고 이런 조언을 주셨어요. 서부 주립대들은 한국 학생을 잘 안 뽑고 이런 식으로 조언을 되게 많이 주셨고요. 그리고 SOP도 두 번 정도 봐주셨어요.
교수님이 강연하신 게 이제 작년 초 정도였나요?
재작년 12월 정도였던 것 같아요.
2022년 12월, 딱 석사 막바지에 오셨었군요. 시기적으로도 좋았네요. ○○님이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주변에 또 좋은 분들을 만나셨고요.
어떻게 보면 저 스스로 그런 부분을 찾으려고 노력을 했어요.
바로 그 이야기를 하려고 했어요. 그만큼 찾으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결과였다고 생각하고요. 또 인상적인 게 땡큐 메일도 바로 보내셨다는 거예요. 사실 이걸 잘 모르는 학생들이 많아서 저도 클래스 등에서 학생들에게도 많이 강조하는 부분이거든요.
○○님은 적극적으로 기회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진행하신 거고… 그래서 진짜 모티베이션 드리븐 라이프를 살아오셨다는 생각이 확고해지네요. (웃음)
감사합니다. (웃음) 사실 제가 모든 땡큐 메일을 다 다르게 썼어요. 그러니까 사실 땡큐 메일 검색하면 템플릿이 나오잖아요. (그렇죠.) 그 템플릿을 절대 안 쓰고 제가 진짜 하고 싶었던 말들을 했어요. 인터뷰 때 이런 얘기가 재미있었고, 저는 이런 거에 대해서 궁금하고, 앞으로 제가 이런 연구를 하고 싶은데 - 교수님 연구를 위해서 어떤 리소스를 좀 더 활용할 수 있을지 그런 얘기를 엄청 길게 썼어요.
교수님들께서 다 읽어보셨는지 모르겠지만요. 다섯 분 중에 세 분 정도는 항상 답장을 보내주셨고, 어떤 교수님은 진짜 장문으로, 본인 CV랑 논문을 다 보내주셔가지고 또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봐라 이렇게 해 주신 분도 있고요. 그리고 먼저 땡큐 메일 보내주신 분도 있고 되게 반응이 좋았어요.
땡큐 메일 쓰는 게 쉽지 않은게, 사람에 따라서는 하고 싶은 얘기가 많지 않을 수도 있거든요. 특히 인터뷰에서 어느 정도 쏟아내고 나면요. 하지만 교수님의 반응을 보니 ○○님 인터뷰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네요.
사실 인터뷰라는게 상호 평가로도 볼 수 있잖아요. 동료연구자가 될 수도 있는 사람들과 계속 이야기하게 되는 주제가 있고, 그러다보면 새로운 주제도 생기고요. 교수님들도 그러셨을 것 같은데, 저도 우리 인터뷰가 너무 즐겁거든요. (웃음) 그런 면에서 인터뷰하다 강제종료된 경우가 많으셨던 것도 이해가 돼요.
이게 어떤 시스템일 때 강제 종료가 되냐면요. 노스웨스턴이나 위스콘신-메디슨처럼 엄브렐라 프로그램이면 하루에 40명씩 인터뷰를 해요. 그래서 전체 줌 회의실이 있고 소회의실에 각자 30분씩 배당이 되는데 30분이 지나면 자동으로 꺼지는 시스템인 거예요. 인터뷰 마지막에 컨클루딩 멘트(Concluding comment)할 때 질문이 더 있니라고 하시는데 저는 항상 너무 질문이 많으니까…(웃음)
그래서 제가 질문을 하고 있다가 끊기거나, 아니면 질문을 했는데 교수님이 답변하시다가 끊기거나 그런 일이 엄청 많았어요. 저는 줌 안에 소회의실이 있는 줄은 몰랐고 보통 인터뷰를 코디네이터나 이런 분들이 쫙 잡아주니까 그거를 시간별로 잘라가지고 다음 인터뷰로 넘어가겠거니 짐작을 했었거든요.
교수님들이 먼저 땡큐메일 보내주신다는 건, 결국 그 인터뷰가 인상적이었다는 거거든요. 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그런 게 남으셨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인터뷰에서 정적이 흐른 순간이 거의 없었어요. 제가 교수님 30분 정도랑 인터뷰를 했었는데 저는 항상 질문할 것이 되게 많고, 교수님도 저한테 질문할 게 많고 그래서 50분 넘게 한 적도 있었어요.
그러면 애초에 준비한 질문도 있고, 또 인터뷰 중에 새로운 질문도 생기고 그런 거잖아요? 그럼 질문은 주로 어떤 것들을 준비하셨나요?
일단 질문은 한 20개 정도를 준비해놓고 상황에 따라서 막 꺼내서 썼던 건데, 프로그램 전반에 대한 질문도 있고요.
예를 들어서 콜라보레이션을 얼마나 자주 하는, 교수님의 멘토링 필로소피(Mentoring philosophy)가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학생이 얼만큼 주도적으로 하기를 원하는지, 그리고 교수님 연구실에서 최근에 어떤 연구를 하고 있고 앞으로 무슨 연구를 하고 싶고, 당신의 궁극적인 연구목표(Ultimate research goal)가 뭔지, 그리고 당신의 연구실을 졸업했을 때 학생들이 어떤 진로를 주로 가게 되는지, 그리고 나는 이런 연구를 하고 싶은데 교수님 연구실이 이걸 서포트를 해줄 수 있는지 그리고 국내, 국제 학회를 얼마나 자주 가는지, 학생이 평균적으로 논문을 몇 개를 정도를 쓰고 졸업을 하는지… 이런 질문들은 사실 언제든지 던질 수 있는 질문인데, 비율을 나누자면 10분의 3 정도로 한 것 같아요.
나머지 10분의 7은 주로 교수님 연구에 대한 거였어요. 제가 인터뷰를 들어가기 전에 교수님이 최근 5년 동안 냈던 논문을 싹 다 정리를 해가지고 겹치는 키워드 아니면 갑자기 주제가 바뀌었다든지 이런 부분들을 다 캐치를 해놓고 그거에 대한 질문을 한 3~4가지, 모든 교수님들을 다 각각 준비를 해놨고요. 무조건 교수님 한 분당 준비한 질문 하나는 꼭 했고, 사실 이 질문에 대한 답변만 해도 20분은 되거든요.
그렇죠.
거기다가 교수님이 가끔씩은 PPT 슬라이드를 이렇게 띄워주셔 가지고 본인 연구를 설명을 해 주시면 그거에 대해서도 질문을 3개씩 했던 것 같아요. 그러면 30분을 넘을 수밖에 없어요. 이것만 해도… 근데 제 연구를 설명하는 데 최소 15분에서 20분 쓸 때도 있었거든요. 정말 석사 디펜스 하듯이 인터뷰를 본 적이 많아가지고.
대부분 논문 질문이죠?
네 논문에 대한 질문이 워낙 많이 들어와가지고 30분은 그냥 넘는 것 같아요.
저도 이제 어떤 식으로 진행됐을까 상상을 해봤죠. ○○님 마인드 자체가 나를 제발 뽑아주세요라기보다는 - 물론 그런 마인드도 있지만 - 이 연구실에 가서 내가 어떤 아웃풋을 내는 건 당연한 거고, 그럼 나를 얼마나 서포트를 해줄 수 있는지 물어보셨잖아요? 그게 굉장히 미국적인 마인드인 것 같아요. 우리 한국 학생들은 성향상 그런 요구를 잘 못하는 것 같거든요. 오히려 그런 식으로 진행하면 서로의 우선순위를 가지고 결정하기도 좋고 교수님도 자랑 타임을 좀 가질 수 있고요. (웃음)
네 되게 좋은 것 같아요. 엄청… 이제 연구에 대해서 좀 설명 더 해달라 그러면 그것만큼 시간이 잘 가는 질문이 없었던 것 같아요.
또 상대방의 이야기를 유심히 듣고 질문을 다시 하는 모습에서 애티튜드도 볼 수 있잖아요. 30분이 굉장히 짧은 시간이지만 스마트함 이상으로 볼 수 있는게 많거든요. 그래서 저는 교수님들이 되게 즐거우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진짜 이렇게 막 까르르 웃으면서 인터뷰를 했어요.
너에 대해서 fun fact를 하나 얘기해 봐라는 질문에서 그런 걸 느꼈어요. ‘Surprise me!’ 잖아요. ‘너가 연구적으로 뛰어난 건 알겠어, 그럼 다른 모습은 뭐가 있어?’ 그 답변으로 스키 선수 시절에 대해서 말씀하셨다고 하셨는데 어필도 잘하신 것 같고요. 특히 연구 외적인 어려움과 연구자로서의 삶을 이렇게 잘 연결시키는, 영리한 답변을 하신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답하셨어요?
네 fun fact를 스키 선수에 대한 걸로 얘기했어요. 나 사실 어릴 때 스키 선수였어. 그래서 나는 자연에서 뒹구는 것도 익숙하고 실험실에서 뒹구는 것도 되게 익숙해 약간 이런 식으로 얘기를 했고요. 정확하게는 자연이 인간에게 마냥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 그리고 인간은 어떻게든 자연을 극복하고 기록을 경신하고자 노력한다는 것, 그 과정에서 도전정신을 배울 수 있었다는 점을 어필했습니다.
한편, 바이러스도 아주 오랜 세월동안 인간과 공존해 온 자연의 일부라는 점에서 아주 근본적인 매력을 느끼지 않았나 싶다는 답변이었고요. 근데 이 질문은 존스홉킨스의 의사-과학자인 박사과정생이 있었는데 - 그분이 논문이 70편이 넘는 필리핀 출신의 의학 박사이면서 대학원생이었던 거예요. - 그분이 저한테 갑자기 이 질문을 해주셔가지고 저도 사실 의대에 되게 관심이 많았는데, 이런 식으로 제 인생 스토리를 조금 짤막하게 풀어낼 수 있었어요.
사실 저도 이 질문을 하려고 했었는데 (웃음), 교수님이 먼저 나는 스트레스가 쌓이면 이런 일을 하고 저런 일을 하는데 너는 어떤 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니, 라든가 그런 식으로 자기 회복력이나 이런 부분을 조금 끌어내는 경우들이 있는데요.
네 질문 많이 받았어요.
어떻게 답변하셨어요?
제가 어쨌든 어릴 때 선수 운동 선수도 했었다 보니까, 워낙 스포츠를 좋아하고 또 요즘은 스포츠 클라이밍에 빠져 있는데 (웃음) 미국에서도 스포츠 클라이밍이 되게 유행이어가지고요. 그런 점을 어필하기도 했고 단순히 스트레스 어떻게 해소하냐라는 질문은 운동이나 독서로 풀어나가기도 했고요.
심지어 어떤 교수님은 제가 독서 얘기를 하니까 너 최근에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책이 뭐야 이래가지고 알베르 까뮈의 페스트라는 책이 있거든요. 근데 그 책이 또 코로나바이러스 때 굉장히 유행을 했던 책이고 저도 그 책을 되게 좋아해가지고 실존주의에 대한 얘기까지 풀어나간 적도 있어요.
와우.
네 그때 좀 힘들었는데 그래서 그 책 얘기도 하고요. 그래도 연구에 있어서 너의 챌린지나 How overcame it? 이런 질문을 했을 때는 어쨌든 저는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이 제일 자신이 있었던 게, 저희 실험실에서 아무도 바이러스 연구를 안 했거든요. 제가 실험실 들어갈 때 저 혼자 바이러스 연구하고 싶다고 해서, 아무도 그 기능을 모르는 단백질 하나 유전자 하나를 들고 시작을 했고요. 또 저희 실험실에 바이러스 연구를 위한 셋업이 아무것도 안 돼 있었기 때문에 저는 가설을 세우는 것부터 연구, 실험방법을 셋업하고 연구시설을 만들고 바이러스를 제조, 직접 만들고 실험을 해서 결과를 얻어서 논문을 내는 그 1년의 과정을 다 혼자 했잖아요.
물론 혼자 하는 거에서 오는 힘듦이 굉장히 많았지만 이걸 해결하기 위해서 한 일들이 많아요. 국내에 저희 학교가 아닌 세 군데, 성균관대랑 서울대랑 연세대 의대에 각각 헤르페스 바이러스 연구하는 연구실이 3개가 있는데 거기에 직접 메일을 보내고 찾아가서 필요한 머티리얼 메소드를 받았고 그걸 옵티마이징하는 데도 굉장히 많은 시간을 들였어요.
그 과정에서 석사 지도교수님께 굉장히 많은 조언을 구했고, 그리고 저희 실험실에 다른 친구들하고도 바이러스 연구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면서 지금은 저를 필두로 한 바이러스 팀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제가 석사 때 했던 그런 연구를 기반으로 지금도 그 팀에서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앞으로 제가 미국에 가도 계속 콜라보레이션을 할 예정이다 이런 식으로 과거부터 쭉 서술을 했어요.
그것도 제가 여쭤보려고 했던 부분인데 다 얘기를 해 주셨네요. 석사 때 하신 일들은 한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을 다 본 거죠. 보통은 팀원들과 기획, 개발 등 하겠지만 ○○님은 혼자서 한 거고요. 인터뷰는 그 과정을 검증하는 거죠. 질문과 답변을 통해 사람의 문제 해결 능력이라든지 사고능력도 파악할 수 있고요. 사실상 PI들이 박사과정 학생에게 기대하는 부분을 이미 석사 때 하신 거거든요.
이거는 석사까지 얘기고 이제 그다음에 더 챌린징한 일이 있었다라고 더 스토리를 풀었어요. 제 연구 경험에서 가장 챌린징한 파트가 사실 최근 10개월이었는데요. 결국에는 제가 단백질 과발현 시스템을 이용한 연구를 했기 때문에 실제로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조작을 해서 그 바이러스 세포에 감염시키는 연구가 필요했는데, 시간상 진행을 못했어요.
그래서 석사 끝나자마자 이제 재조합 바이러스 - 제가 연구한 유전자를 빼거나 이 유전자랑 관련된 유전자들을 전부 다 제거를 하는 바이러스를 만드는 작업을 시작을 했는데, 이거야말로 진짜 바이러스를 루틴하게 만드는 연구실에서는 쉽게 할 수 있는 일인데 저희 연구실에서는 그 누구도, 정말 아무도 해본 적이 없고, 이거를 만드는 데 필요한 리소스가 아무것도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더 많은 다른 연구실한테서 더 많은 도움을 받았고 그리고 이 유전자를 클로닝 - 유전자를 재조합하는데 7개월이 걸렸고요. 그리고 이 재조합된 바이러스를 세포에 집어넣어서 그 세포가 바이러스를 만들어내는 작업을 성공하는 데도 3개월이 걸렸어요.
그래서 총 10개월이 걸렸군요.
네 그래서 그 10개월 동안 엄청난, 소위 말하는 삽질을 혼자… 굉장히 많은 트러블슈팅을 해왔고 그 상황, 그 과정에서 굉장히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고요. 네 되게 막막한 상황에 처해 있었는데 결국에는 그걸 다 성공을 해냈다는 식으로 이제 얘기를 마무리했죠.
엄청난 성과입니다. 그럼 석사 때는 너무 바쁘셔서 지원을 못하셨던 걸까요, 아니면…
네 맞아요. 논문을 2년 만에 내기가 쉽지 않은데… (중략)
편집자 주 - [2024 가을학기 Stanford 합격] 김박사넷 유학교육 후기 - 3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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