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네 일본어도 할 수 있고 (웃음) 장단이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얻은 것도 많아서 후회하진 않아요. 근데 이제 조금 나이를 먹고 시간이 지나 보니까 그때 선생님이 그래서 그런 말을 하셨구나라는 거는 좀 느껴져요.
Q: 보니까 로타리 장학도 받으셨구요.
A: 사실 일본은 석사과정 펀딩이 안 나오거든요. 대신 민간 장학금이 되게 잘 돼 있어요. 저는 국비 장학이 학부과정만 대상이니까 석사를 가면 끊기잖아요. 그래서 일본에 있는 재단에 지원하고 펀딩을 받았죠.
Q: 네, 그럼 석사를 왜 일본에서 쭉 하게 되었는지도 한 번 여쭤볼게요.
A: 석사를 한 이유는요. 애초에 일본에 간 이유가 그거였잖아요. 로봇 공학자가 되겠다. 근데 로봇 공학자가 되려면 일단은 최소 석사 학위는 있어야 되겠더라고요. 한국에서 기업으로 취업을 한다고 해도 보통 R&D는 석사부터 뽑잖아요. 그리고 저는 학부 1학년 때부터 박사과정을, 그리고 미국유학을 은연중에 생각했거든요.
제가 학부를 3년에 조기졸업을 하게 됐는데, 이것도 1학년 때부터 졸업 후 대학원 진학과 유학을 염두에 두고 대학 성적을 챙기다 보니까 조기졸업이 가능하게 됐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석사 과정을 하면서 사실 제가 그렇게 생각을 했어요. 공도 안 차 본 애가 나는 나중에 축구 선수가 되겠다 이건 말도 안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공을 차 보는 느낌으로 석사 과정을 가 봐야겠다라는 생각을 좀 하게 됐어요.
한국은 본인이 지원을 해서 랩 인턴을 하잖아요. 근데 일본은 특이하게도 무조건 랩에 1년간 소속이 돼야 돼요. 저는 3년 조기 졸업을 해서 한 학기밖에 못했지만 – 일본에서는 졸업하려면 무조건 1년 동안 랩에서 연구를 하고 일반적으로는 그 소속되었던 랩에 진학하게 돼요. 그런 의미에서 제가 석사를 한 것도 있지만 또 일본에서 공대생들은 석사 과정을 많이 가요. 제가 있던 학교는 한국으로 치면 SKP 같은 학교인데, 이런 대학들은 대학원 진학 비율이 되게 높아요. 그래서 분위기가 오히려 가는 듯한 분위기이기도 했고 그 다음에 연구가 뭔 지 좀 경험해보고 싶었기 때문에 석사를 하게 됐어요.
Q: 보통 학부 유학을 하는 케이스가 드물기도 하고, 석사 유학도 보통 부모님 지원을 받으니 이런 비용적인 부담으로 유학을 꿈꾸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님이 스스로 기회를 만들면서 유학을 하게 된 이런 내용들이 공개됐을 때 유학을 꿈꾸는 다른 학생들에게도 울림을 줄 것 같습니다.
A: 네 그러면 다행입니다.
Q: 왜 미국인가에 대한 답변도 어느 정도 해주신 것 같아요. 일본에서 로보틱스 입지가 좀 줄어들었고 아무래도 미국이 해당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는 거죠. ○○님은 스위스에서 교환학생 하셨는데 한 가지 여쭤보자면, 미국에도 지원하셨고 스위스 연방공대에도 지원하셨는데요. 합격하면 어디를 갈 것 같아요?
A: 그게 사실 장단점이 명확하거든요. 제가 카톡으로도 말씀드렸지만 일단 지망 1순위와 2순위가 미국인데 일단 연구 핏이 우선순위이고, 대학교 명성도 있고요. 스위스 연방공대도 장점이 많아요. 학생에 대한 대우가 되게 좋거든요. 펀딩도 많이 주고 개인적으로 스위스 생활도 좋았어요. 치안도 되게 좋고 여행 가기도 편하고 약간 스위스 생활에 낭만이 좀 있지 않나 싶고요.
사실 미국 같은 경우는 (제가 안 살아봐서 모르겠지만) 좀 불편한 점이 있을 수 있잖아요. 예를 들어서 땅이 너무 넓으니까 무조건 차를 이용해야 된다든지 아니면 치안이 안 좋아서 특히 모 대학은 좀 슬럼가라 하더라고요. 그런 게 좀 걱정이 될 수도 있을 텐데 취리히나 로잔은 그런 게 없죠.
제가 느낀 게 만약에 현지 정착을 염두한다면은 미국이 좀 더 가능성이 높은 선택지일 수 있다. 왜냐하면 스위스의 또 다른 단점이라고 하면 한인 커뮤니티가 작아요. 이게 왜 단점이 되냐면 제가 외국 생활을 하면서 느낀 건데 좀 그런 사람도 있잖아요. 외국 가는데 굳이 한국인하고 어울리냐 이런 말을 하는 사람도 있는데 저도 무슨 말인지 알아요. 근데 결국에 실질적으로 저한테 좀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들은 대부분 한국인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만약에 현지에서 생활을 할 때는 한인 커뮤니티가 크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취리히에도 한인 커뮤니티가 있고, 규모는 작지 않았는데 그렇다고 크지도 않았거든요. 그래서 좀 그런 학문 외적인 요소를 생각할 때 미국의 메리트가 되게 큰 것 같아요. 학문적인 요소를 생각한다면 스위스도 되게 매력적인 선택지이지만요. 교수님도 되게 우수하시고 사실 제가 스위스에 있을 때 친하게 지내던 선배도 이제 한국으로 교수 임용이 돼서 왔는데, 학계에 남을 생각이 있으면 스위스도 나쁘지 않은 것 같고요. 그래서 정착이 목적이 아니라면 스위스도 좋은 선택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미국 유학을 가시는 분 대부분이 정착을 생각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대학의 학문적인 요소 말고 다른 요소도 많이 고민하시는 것 같아요.
Q: 맞아요. ○○님이 얘기해 주신 내용 십분 공감하고, 유학 등 이민생활 오래 한 친구들과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하거든요. 유학 생활을 오래 하셔서 그런지 통찰력이 있으신 것 같아요.
A: 감사합니다.
Q: 미국은 시초가 이민자의 나라다보니 스위스랑 많이 다를 수밖에 없고 서로 리스펙 해 주는 것도 있고요. 또 나의 Ethnicity, 내 그룹이 가진 파워가 내 목소리의 파워(get my voice heard)도 되는 거예요.
A: 맞습니다.
Q: 그런 점에서 볼 때 정착을 생각한다면 한인 커뮤니티가 탄탄한 곳에 가는 게 유리하고요.
A: 네 맞아요. 맞아요.
Q: 근데 보통 학생들이 거기까지 생각하기 힘들죠. 옵션이 많지 않기도 하고… 어쨌든 박사는 5년 이렇게 좀 길게 가기 때문에 그 부분을 당연히 염두에 둬야겠고요. 나의 성향도 좀 생각해보고 내가 만약에 약간 개인주의적이고 그러면 스위스 같은 곳이 훨씬 나을 수 있죠. 5시 6시 되면은 전부 문을 닫기 때문에 특히 가정이 있다면, 다만 내가 혈혈단신으로 가게 되면 좀 힘들죠.
A: 맞아요. 맞아요. 그리고 또 제가 한 가지 말씀드리려다 말았는데 김박사넷에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하셨잖아요. 근데 학생들이 좀 환상이 있어요. 약간 유학을 가게 되면 현지인하고 되게 어울리고 그 사회에 녹아들어서 그런. 무슨 말인지 아세요?
Q: 네, 알죠.
A: 사람들이 처음에 유학가기 전에 약간 그런 환상을 좀 많이 갖고 있어요. 제가 일본에 가기 전에 경희대에서 다른 장학생들하고 친해졌을 때도 그런 애들이 많았거든요. 현지인들하고 잘 어울리고 아주 이상적인 유학 생활을 보내겠다. 그런데 그게 사실은 힘들고 사실상 불가능하죠. 이걸 깨닫는 데 오래 걸리지 않거든요. 이거를 알고 있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물론 한인 커뮤니티에서만 지내면 그것도 문제가 있는데 한인 커뮤니티가 가장 가성비가 좋은 곳이에요. 예를 들어서 제가 일본에 있을 때 한인 커뮤니티 부회장을 했거든요. 저는 혈혈단신으로 온 것은 아니고, 같은 대학에 배치된 다른 동기들이 있기는 했지만요.
그런데 전반적인 학교생활 - 예를 들어서 시험 유형이라든지, 교수님 수업 스타일이 어떻다 이런 정보를 사실 현지인한테 얻기가 굉장히 어려워요. 왜냐면은 현지인들도 자기네들끼리 커뮤니티가 있고 생판 모르는 외국인이 와가지고 알려달라 그러면 안 알려주잖아요. 근데 이제 한인 커뮤니티 가서 술 한 잔 하면 그 정보를 다 알려 준단말이에요.
제가 또 유학을 좀 준비하고 싶은 사람들한테 말하고 싶은 건 한인 커뮤니티에서만 놀면 안 되지만 한인 커뮤니티를 적극적으로 이용을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라는 거예요. 이게 어떻게 보면 성공적인 유학생활의 가장 큰 자원이거든요. 학교 정보도 그렇고 부동산이나 그런 것도 다른 데서는 정보를 얻기 힘들어요. 막 배척당하고…
그런데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정보도 막 술술 나오고 심지어 집도 물려줄 게 하니까 (맞아요 맞아요) 그거를 사실 피부로 느끼기 전까지는 잘 모르거든요. 아니다 그거는 너의 성격이 문제다라는 사람도 있을 수 있는데 그냥 인간의 본질인 것 같아요. 그래서 유학을 가려는 사람들한테 저는 이런 말을 항상 해요. 가서 이제 한인 커뮤니티를 잘 이용을 해라. 근데 그 쪽하고만 어울리면 그것도 문제가 있다 이런 식으로 말을 해요.
Q: 그럼 ○○님의 단기, 장기 계획에 대해 여쭤볼까요? 일단 SOP에는 학계에 남을 수도 있다는 여지를 주셨어요. 그렇다면 미국에서 돌아오실 생각도 있으신가요? A: 저는 사실 로봇을 연구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인데 학계에 남고 싶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 남고 싶지 않기도 해요. 왜냐하면 그 길이 워낙 험난한 걸 알고 있기 때문예요. 사실 진로는 박사 과정을 하면서 생각을 할 것 같고 가능성을 좀 많이 열어놓고 있어요. 저는 전공을 살려서 로봇 관련 R&D, 연구개발을 할 수 있는 곳에서 일을 하고 싶어요.
미국에서 직장을 잡을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말해서 미국에서 평생 살 자신이 좀 없긴 하거든요. 왜냐면 저는 해외 생활을 좀 해봤는데 이게 외국에서 나이가 들어서 사는 게 쉽지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만약에 미국에서 교수가 됐든 아니면 회사가 됐든 직장을 구해도 결과적으로는 한국에 돌아오고 싶어요.
Q: ○○님의 전공, 이제 보행 로봇이라고 하면 제가 아는 거 보스턴 다이내믹스 이런 데거든요... 혹시 이런 곳이 드림 컴퍼니라고 할 수 있을까요?
A: 그런 쪽을 생각을 하고 있죠. 제 분야에서는 보스턴 다이내믹스랑 고스트 로보틱스가 유명할 것 같은데요. 특히 고스트 로보틱스에서는 군용 로봇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어요
Q: 군사로봇.
A: 저는 약간 군사 로봇도 좀 관심이 있어서요. 사실 일본에서는 군사무기에 관련될 수 있는 연구를 하기가 어렵거든요. 왜냐면 그게 헌법으로 딱 못이 박혀 있어서. (그렇죠.) 무기 관련 연구는 일본 대학에서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저는 만약에 고스트 로보틱스에 입사를 할 수 있다면 거기서 경력을 쌓거나 아니면 만약에 제가 박사 과정 때 학계에 갈 수 있는 길이 보인다 하면 그것도 도전해볼 것 같아요.
Q: 그러면 ○○님은 사실 이제 어디로 가더라도 내가 로봇을 연구할 수 있으면 괜찮은 걸까요?
A: 네네 사실 제가 박사를 다 떨어지는 걸 염두에 둬서 이제 ○○전자에도 지원을 했거든요.
Q: 그러셨어요?
A: 네. 최종 합격했지만 박사 합격을 해서 안 갈 것 같지만요. 거기도 결국에 로봇이었고… 저는 말씀드렸듯이 어릴 때부터 로봇을 좋아했어서 그 꿈을 좀 놓기 힘들 것 같아요. 제 인생에서요.
Q: 근데 그 로봇이 사실 분야를 더 넓히면 드론도 포함되잖아요. 그런데 보행 로봇, 즉 동물의 모습 쪽으로 연구하게 된 계기는 또 있을까요?
A: 계기는 사실 진짜 별거 없거든요. 그냥 걔(동물처럼 생긴 로봇)가 귀여워서 그게 사실 가장 큰 계기예요. 그냥 귀엽더라고요. 또 제가 로봇을 좋아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중학교 때인가 학생과학탐구대회 이런 게 있었어요. 그 캠프에 참가해가지고 로봇을 만들었거든요. 로봇을 만들고 아주 간단한 프로그램을 심어서 로봇이 움직이는 건데 제가 그때 무슨 느낌을 받았냐면 제가 약간 창조신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사실 공장에서 움직이는 산업용 로봇이나 프로펠러로 날아다니는 로봇은 사실 동물 같은 느낌이 좀 안 들어요. 그래서 내가 창조신이 됐다라는 느낌을 좀 주기가 어려운데 발이 달려서 막 파닥파닥 걸어다니는 애들은 좀 그런 느낌이 있더라고요.
또 다른 한 가지는 제가 로봇공학과 관련해서 좀 감명을 받은 게 있어요. 우리가 아주 당연하게 할 수 있는 것들 있잖아요. 예를 들어서 자갈길을 걷는다든지, 계단을 올라간다든지, 아니면 장애물을 피한다든지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할 수 있는 것들이 로봇한테는 굉장히 어려운 과제예요. 저는 이것도 되게 재밌다고 느꼈거든요. 이건 동물의 진화 관점에서 우리는 일부러 그런 거를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쪽으로 진화를 한 거예요.
그럼 로봇은 이런 진화의 과제를 어떻게 풀 수 있겠냐, 이게 적용되기 가장 쉬운 곳이 바로 다리를 가진 로봇이거든요. 공중에 뜨는 로봇한테는 그런 게 의미가 없어요. 왜냐하면 그냥 날아다니면 되거든요. 그렇지만 다리 달린 로봇은 항상 지면과 어떤 상호작용을 해야 돼요. 다리를 어디다 놓고, 보폭은 어느 정도로 할 거고, 그 다음에 어떻게 움직일 건지… 저는 그러한 어떤 본능이 되게 신기했어요. 그래서 그거를 로봇에 이식을 하는 게 어떤 (제가 말씀드린) 창조신이 됐다 이런 느낌도 좀 불러일으켰던 것 같아요.
이제 아쉬운 게 뭐냐면 제가 고등학생 때 보스턴 다이내믹스에서 만든 빅독이라는 사족보행로봇이 좀 유명해지기 시작했거든요. 나도 미래에 저런 연구를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제가 대학교에 들어가고 군대를 갔다 오고 석사 과정을 하고 박사 과정에 갈 때까지 한 10년쯤 됐잖아요. 그때쯤 되니까 제가 특히 관심이 있었던, 그때 활발히 진행되던 연구가 거의 완료가 됐어요.
제가 대학교에 지원할 때만 해도, 대부분의 로봇 연구는 기계공학과에서 이루어졌지만 요즘은 로봇 연구의 많은 부분이 컴퓨터과학 쪽으로 넘어갔죠. 제가 랩 지원을 할 때도 딜레마가 있었어요. 제가 원하는 연구를 하는 연구실은 대부분 랭킹이 높은 대학이에요. 대학교 레벨이 높아질수록 합격 확률이 줄어드는데 대학교 레벨을 낮추자니 연구 핏이 안 맞는 거예요. 그러니까 연구핏을 맞추면 탑스쿨로 가버리고 연구핏을 내려놓으면 저기 아래로 가버리고 근데 신기한 거는 아래 학교에서 지금 연락이 아무 데도 안 와요. (웃음)
Q: 내가 원래 하려던 연구 트렌드가 세월이 흐르면서 많이 달라졌군요. 이번에 전자전기랑 다 섞어서 지원하신 배경이네요.
A: 네 가장 활발하게 연구가 진행되던 때가 앞서 말씀드린 제가 학부 다니고 군대가고 그럴 때이고 여전히 연구를 하지만 주류는 아닌 것 같고, 게다가 대부분 상당히 랭킹이 높은 대학에서 주로 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거의 대부분 기계로 지원하긴 했어요. 그런 연구는 아직 기계에서 많이 하니까요. (편집자 주- 비슷한 연구를 하는 다른 학생 이야기를 나눈 부분은 공개하지 않습니다.)
Q: 어떻게 보면 ○○님은 로봇에서 하드웨어를 연구하니까 다르다고 느끼거든요. 로보틱스 키워드가 너무 넓어서요.
A: 요즘에 로봇 한다 하면 대부분 컴퓨터과학 쪽 얘기가 많은 게 사실이거든요.
Q: 그러면 우리 인터뷰 얘기하기 전에 스토리라인을 한번 짚어 볼까요. 사실 처음 개념반 들어오실 때, ○○님이 스토리라인 1안 2안 2개를 주셨었어요. 1안이 인간의 감정적인 부분을 어시스트 할 수 있는 로봇의 형태 그리고 2안이 지금 우리가 얘기하는 최종안으로 채택한 거죠. 1안도 원래 ○○님이 생각하셨던 부분일까요?
A: 맞아요. 이거는 원래 제가 생각해온 건데 과감하게 버리게 됐죠. 사실 1안은 아직도 좀 진지하게 믿고 있어요. 그럼에도 제가 1안을 버리게 된 이유가 뭐냐면 – 로봇과 관련 있는 사람들 중에는 1안 이야기를 진지하게 믿는 사람도 꽤 있었어요. – 로봇과 아무 관련 없는 사람들한테 이야기하면 뭔 뚱딴지 같은 소리냐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Q: 맞아요. 저희 피드백 코멘트도 그렇게 나갔죠.
A: 네 그래서 제가 느낀 게, 아 그럼 로봇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조차도 이렇게 느낄 수 있겠구나, 공감하지 못하겠구나였어요. 그래서 과감하게 버리게 됐습니다. 근데 제 마음속엔 아직 있죠.
Q: 그랬었구나, 왜냐하면 저도 그 글을 읽으면서 느낀게 ○○님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구나, 왜냐하면 진짜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서 쓸 수 있는 글이라서요.
A: 네네 맞아요. 맞아요.
Q: 그냥 내가 SOP 써야 되니까 그냥 쓴 글이 아니고, (최종안으로 택한 2안과 마찬가지로) 충분히 고민을 한 그런 내용이었거든요. 말 그대로 스토리라인의 분기점이었던 거 같네요. 다만 제가 생각했을 때는 분명히 1안도 괜찮은데 뭔가 디벨롭하기에는 시간적인 여유나 이런 게 부족해서 2안을 선택한 것 같다는 느낌이 좀 들었었어요.
A: 그런 것도 없지는 않아 있는데 일단 아까 말씀드린 이유가 가장 컸어요. 그러니까 실제 커미티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1안과 같은 생각을 뚱딴지 같은 소리라고 느끼는 사람의 비율이 주위에 체감상 많았다라는 게 좀 컸어요.
그리고 두 번째 이유로는 그런 연구실이 많지 않다는 점이었어요. 사실 ETH에 제가 1안으로 쓴 연구를 하는 연구실이 있거든요. 하지만 그런 연구실이 많지 않고 다른 교수님이 보셨을 때 뚱딴지 같은 소리를 한다라고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1안을 버렸습니다.
Q: 그렇구나. 결국에는 비전이 쉐어드(shared)되는 그런 게 좀 더 적었다.
A: 근데 결론적으로는 이게 성공적이었던 것 같아요.
Q: 그러면 김박사넷을 혹시 그 이전부터 알고 계셨어요?
A: 네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자주 보진 않았어요. 교수 정보도 사실 한국 교수님이 대부분이기도 하고 가끔 진로 관련 정보 얻으러 보고 있었는데 열혈 이용자는 아니었어요.
Q: 네 그랬을 것 같아요. 그래서 오히려 밋업 신청하셨을 때 좀 의외였거든요. 심지어 스위스 계실 때 들어오셨던 걸로 기억을 해요.
A: 네 맞습니다.
Q: 제가 밋업 등에서 대화하면서 느끼기에, ○○님은 유학 생활을 하시면서 고민을 되게 많이 한 사람이구나 싶었고 이미 주변을 통해 충분한 정보도 있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사실 교육 프로그램 신청하셨을 때도 되게 의외였거든요. 그래서 어떤 생각으로 프로그램을 신청하셨는지 좀 궁금합니다.
A: 사실 제가 그때 엄청 바빴거든요. 제가 스위스에 교환학생을 1년 다녀와서 졸업 논문도 남들 2년 하는 거를 1년 만에 연구 빨리 해서 내야 되고 그 다음에 또 이제 스위스에서 연구한 걸 가지고 학회에 제출할 논문을 쓰는 것도 있었어요. 그런 것들이 겹쳤는데 SOP는 시작도 못했고 토플 점수도 없고 지금 미국 유학을 갈 리드를 확보하는데 시간이 너무 없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시간을 산다는 생각으로 개념반을 신청했어요. 시간을 산다는 생각,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저는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제가 책도 읽긴 했지만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 주시면서 방향을 잡아주셨어요. SOP 단순 첨삭해주면서 그냥 땡 하고 끝이 아니라 피드백을 좀 냉철하게, 이제 당신의 문제는 이거다 이거를 조금 이런 식으로 갖고 가라 이런 식으로 코멘트를 해 주시는 게 저는 되게 좋았고요. 그 다음 또 다른 이유는 불안감이죠. 제가 만약에 박사 과정을 지원했는데 다 떨어졌다면 아 그때 그거 한번 해 볼 걸 이런 미련이 남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Q: 사실 강의가 온라인으로 듣고 비대면 피드백으로 이뤄져 있죠. ○○님이 처음 신청했을 때 생각했던 포인트가 맞아 떨어졌었나요?
A: 온라인 강의는 이제 파트가 몇 개 있잖아요. 사실 저는 주변에 이제 박사 유학 간 사람들이 있어서 유학준비가 어떻게 진행이 되는지 알고 있었어요. 예를 들어 컨택, 제가 만약에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었으면 그 파트가 굉장히 많이 도움 많이 됐을 것 같아요. 좋았던 점은 되게 많아요. 좋았던 점은 다들 얘기하시겠지만 코멘트로 글을 신랄하게 비판하시면서 이런 식으로 가야 된다 이렇게 말씀해주시고요.
그리고 사실 SOP의 어떤 목적이나 이런 문서다라는, 내가 이런 사람입니다라는 걸 보여주는 그 어떤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도 굉장히 좋았고 그 다음에 추천서도 되게 저는 좋았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추천서는 한국에선 그냥 지원 서류잖아요.
Q: 그렇죠. 그냥 내는 서류 중 하나.
A: 네 근데 그거를 강조했던 게 저는 신선했어요. 제가 커미티가 아니기 때문에 그게 어느 정도 중요도를 가지고 있는지 몰랐거든요. 사실 제가 그거를 안 들었다면 그냥 대충 하고 말았을 것 같은데 그 강의를 들어서 좀 추천서도 되게 깊이 고민해서 교수님께 받을 수 있게 되었고 좋았던 것 같아요.
또 다른 거는 SOP나 추천서 강의가 조금 지나치게 추상적이었어요. 김박사넷에서 강조하는 게 Self-motivated된 학생임을 강조해라, 그리고 Terminology 랑 스토리라인을 잘 만들어야 한다. 이건 이해를 했지만 어떻게 해야하지? 라고 의문을 던졌을 때 제 케이스에 맞는 답이 없었어요. 저는 이 부분을 코멘트를 통해 얻었거든요. 이런 부분이 강의에 있으면 좋지 않았나 생각했어요.
Q: 그러셨구나, 사실 제가 클래스를 두 번 했었어요. 11월, 12월에 어플라이 사이트랑 컨택메일/인터뷰. ○○님이 인터뷰 클래스에 오셨던 건 기억이 나요.
A: 저 두 번 다 참석했습니다.
Q: 클래스는 어떠셨어요? 사실 올해 처음 해본 거라서 우리 학생들 반응은 되게 좋았거든요. 따로 감사인사도 많이 받았는데 좀 여쭤보고 싶어서요.
A: 저는 어플라이 관련 클래스 되게 좋았습니다. 약간 아쉬운 게 있다면, 한 2주 정도 빨리 했으면 좋았을 것 같았어요.
Q: 2주 정도 빨리요.
A: 네, 2주 정도 빨리 했으면 좋았을 것 같았고 그 다음에 인터뷰/컨택메일 클래스도 저는 되게 좋았는데 이제 한 가지 좀 제가 좀 느꼈던 거는 구체적인 사례만 나왔지 이렇게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건 안 나왔어요. 알려 주신 사례들 다 좋았지만 저도 그런 사례에 맞아 떨어진다는 보장이 없잖아요.
물론 정답은 없지만 선생님이 좀 더 직접적으로, 우리 유학교육 멤버가 이러한 상황이 있으면 이거는 교수님이 이러한 의도로 질문을 던졌고 아마 이런 식으로 대답하는 게 가장 좋아 보인다라는 식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시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플라이 관련 클래스는 저는 굉장히 만족했습니다.
Q: 사실 컨택메일, 인터뷰 클래스는 제가 일주일 넘게 준비했거든요. ○○님이 이야기해준 부분이 고민이었던게 예시를 주면 우리 학생들이 또 진짜 그렇게 알려드린대로 쓰더라고요.
A: 그러면 안 되죠. 네.
Q: 그래서 좀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줘야겠다는 의도로 그렇게 진행했는데 ○○님이 말씀하신 방법도 좋은 것 같네요. 교수님의 의도를 좀 더 직접적으로 알려주는 것.
A: 장담은 못하지만 그런 식으로 생각할 수가 있다 뭐 이런 식으로만 좀 힌트를 줘도 학생 입장에서는 상당히 도움이 될 것 같아요. 학생 입장에서는 교수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되게 소설을 쓰게 만들어요. 근데 이제 유학 교육에서 그런 식으로 어느 정도 가이드를 제시해주면 조금 더 능동적으로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Q: 좋습니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 볼게요. 지원학교는 어떻게 선정하셨어요? 지난번에 모든 학교에 컨택하지는 않았다고 말씀하셨거든요. 예를 들어 메일보낸 곳 중에서 스탠퍼드는 답장이 왔고, 스위스 같은 경우는 컨택 후 대면 인터뷰도 진행했고요. 보통 컨택을 하면서 지원학교 리스트 기준을 만들잖아요? 어디는 지원하고, 어디는 안 하고…
A: 저는 일단은 제가 하고 싶은 분야는 정해져 있잖아요. 그 다음에 이제 대학교가 뭐가 있는지 알아야 하니까 US 랭킹을 많이 찾아봤어요. 일단 웬만해서는 관심교수님들이 대부분 기계공학과 한 80%, 전자공학과에 한 20% 계시고요. 두 군데 다 소속되신 분도 많고요. 사실 CS에도 로봇 공학 관련 교수님들 되게 많으시지만 저는 거기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각 대학 홈페이지 기계공학과 교수진 리스트 들어가서 하나하나 다 봤어요. 정말 하나하나 다 봤고 조금 일치한다 싶으면 제공되는 엑셀 템플릿에 넣었어요.
이제 지원학교 템플릿이 완성이 됐잖아요. 그럼 그 중에서 소거를 했어요. 소거를 하기 전에, 우선 목록에 들어 있는 모든 교수님께 메일을 보냈어요. 메일을 보낼 때 제가 교수님은 65명 정도 추렸거든요. 실제 메일을 제가 보여드릴게요. (편집자 주 – 선배가 보낸 메일 원문은 공개하지 않습니다. 대화 내용에서 유추해주세요.) 이런 식으로 보냈거든요. 그러니까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첫 번째로 당신의 연구실에 관심이 있다. 그리고 내 Research Interests는 이거다. 그리고 나는 너의 연구 중 이런데 관심 있다.
저는 교수님 구글 스컬러에 들어가서 연도별로 정리를 하고, 너무 오래되지 않은 논문 중에서 눈에 띄는 제목의 논문들을 먼저 읽었어요. 논문 앱스트랙트 읽고 관련 연구를 여기다 적고 그 다음에 제가 했던 경험들을 적었어요. 그랬더니 좀 답이 오더라고요. 그렇게 해가지고 일단 답장 오는 케이스가 한 절반 정도? 절반 미만이었어요. 그러니까 오케이 면접합시다, 지원하고 연락해 이런 것도 있고… 절반 이상은 답이 안 왔죠.
그리고 이제 대학교 지원하기 위한 스크리닝, 소거를 또 해야 되잖아요. 저는 이렇게 했어요. 답장이 온 교수님은 무조건 지원했어요. 지원하고 연락해라는 답변이 왔으면 그 학교에 관심교수님이 한 분이 계시더라도 지원을 했고요. 만약에 그 학교에 있는 관심교수님이 한 명 혹은 2명인데 둘 다 답장 안 왔다, 그러면 저는 지원 안 했어요. 예시로 컬럼비아 대학교에 관심교수님이 한 분 계셨거든요. 메일을 세 번 보냈는데 답이 안 와서 그냥 거기는 안 썼고요. 마지막으로 답이 안 와도 내가 정말 가고 싶은 랩은 지원을 했어요.
Q: MIT 같은데 말하는 거죠.
A: 네 그런 데는 이제 답이 안 오더라도 내가 정말 가고 싶은 데니까 지원을 했고요. 그리고 만약에 이제 어떤 학교는 관심 교수님이 4명인데 그 중에 두 분한테만 답이 왔다고 하면 또 지원을 했어요. SOP에 네 분 이름 다 썼고요.
Q: 시간 부족으로 스크리닝할 때 좋은 전략인 것 같아요. 심지어 ○○님은 꼼꼼하게 다 봤는데, 보통 시간이 부족하면... 지원 직전에 랭킹 확인하고 학교 들어가서 키워드 대충 보고 지원하고 이렇게 되고 사실 이런 케이스가 되게 많아요.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일단 교수들한테 답장이 온 걸로 판단했다는 거죠. 일단 교수님이 나한테 답장 보낼만큼의 시간을 썼다는 거니까 나중에 애플리케이션을 검토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지죠.
A: A 대학교도 좀 약간 재밌어요. 여기도 좀 드라마 같은 스토리가 있는데 제가 A대학에서 비공식 오퍼(편집자 주- 공식 오퍼레터 받기 직전 상황)를 받았잖아요. 이 교수님한테 제가 9월달에 메일 보내고 열흘 간격으로 리마인드를 세 번 보냈는데 답이 다 없었어요. 그래서 여기 그냥 넣지 말자 하고 있었는데 한 12월 1일인가 갑자기 메일이 답이 온 거예요.
늦게 봐서 미안하다. 내가 그때 아주 바빴는데, 그만 너의 메일이 묻혔다. 근데 너 그거 되게 인상 깊었다. 그래서 지금 지원이 얼마 안 남긴 했는데 빨리 면접 보자 해서 갑자기 면접을 봤고요. 그 다음에 면접 끝나고 제가 보낸 팔로업 메일 답장에서 교수님께서 내가 지금 기계공학, 전자공학, 컴퓨터공학(편집자 주- Computer Engineering, 즉 컴퓨터과학(Computer Science)과는 다른 전공) 교수인데 세 개 싹 다 지원해라 내가 원서비 무료 코드 줄게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원서비도 면제받고 좀 드라마틱하게 거기 지원해서 됐어요.
Q: 거기 원서마감이 아마 12월 15일이었던 것 같은데 마감 직전에 인터뷰를 보신 거네요.
A: 네 갑자기 한 2주 전에 지금 늦게 답장해서 미안하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이미 다른 학교는 추천서도 그때 다 제출이 끝났었거든요. 부랴부랴 추천서 보내야 했는데 교수님들이 바로바로 해 주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때 한 번 두 번 더 감동하고
Q: 사실은 지원리스트에서 이미 소거한 학교였어요.
A: 네 왜냐하면 거기는 관심교수님이 두 분 계셨는데 두 분으로부터 다 답장이 안 오는 거예요. 그리고 사실 좀 고민을 하긴 했어요. 왜냐면 관심교수가 한 명이면 무조건 과감하게 소거를 하는데 2명이면 조금 애매하거든요. 둘 다 답이 없고 하니까 여기는 그냥 원서비 날리지 말자 했는데 갑자기 답이 와서 일사천리로…
Q: 그랬었구나. 인터뷰는 어떻게 진행됐는지 궁금하네요. 인터뷰는 1시간 했어요. 일단 저한테 말씀하신 게 연구 발표를 먼저 해라, 한 30분 정도로 해라 하셔서 발표했고요. 발표 끝나고 나서 연구에 관련된 기술적인 질문들을 하셨고 그 다음에 교환 학생을 갔던 걸 되게 인상 깊게 말씀하셨어요. 왜냐하면 그 교환학생 갔던 연구실이 굉장히 유명한 연구실이어서….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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