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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박사넷에 올리는 어떤 정신병자 넙죽이의 마지막 탄식

2020.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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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9월 한달 간 똘끼로 특이점을 찍은 k물리학과의 싸이코 정신병자 넙죽이입니다. 이번 난동으로 학계에서 잘 쌓아온 평판에 피해를 입고 학생 수급에 어려움을 겪게 된 교수행님들은 당장 저를 찾아내 조인트 까고 정신병동에 처박고 싶으시겠지요? 수년간 갖가지 상담치료와 신경정신과의 약물치료에 경륜이 쌓여 이제 우울증약 종류별 부작용을 몸으로 다 겪어보았고 이제 대학원생 우울증에 대해 논문써서 정신의학과 MD를 받아도 될 정도의 경지에 올랐습니다.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즐겨찾기해둔 정신과에 제발로 걸어가서 치료가 가능하니, 더 패도 피 한방울 안 나올 딱한 가여운 넙죽이라 생각하시고 이번 제 난동에 대해 너그럽게 용서를 구합니다. 최근 폭주하는 한줄평들은 교수님들께 주홍글씨가 될까봐 전부 김박사넷에 ...으로 오늘 수정을 요청드렸습니다.

     k물리과 학부에는 전통적으로 학생들이 축제때마다 진행하는 귀신의 숲 행사가 있는데, 이 귀신의 숲을 모방해 다양한 귀신들이 교수님들을 조롱하는 게 이번 폭동의 컨셉이었습니다. 저에게 이런 엄청난 컨셉충의 잠재력이 있는지 몰랐네요. 사실 김박사넷에 써 올린 한줄평은 학교메일 주계정+부계정 합해서(한 교수님당 4개씩) 5-60개에 육박했는데, 김박사넷 운영진 분들이 한 명이 썼다는 걸 눈치채고 적당히 잘 블록해주셨습니다(회심의 심익현 드립이 리젝이라니..). 마치 운전하는 사람이 평소와 달리 성정이 난폭해지는 것처럼 김박사넷은 익명성의 보호 안에서 학생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유일한 채널이죠. 절대 권력을 가진 교수님에게 유일하게 학생 입장에서 건들 수 있는 약점은 평판입니다. 생채기가 난 학생이 교수님에게 생채기를 냄으로써 변화에 대한 약간의 희망이라도 가져보는, 상처받은 넙죽이들의 곡소리가 난무하는 지옥이 온라인에 펼쳐진 듯 합니다.  

    이미 국내 대학원에서는 연구 직무에 적응하지 못해 가뜩이나 자존감이 낮은 학생들에게 교수님이 가스라이팅을 시전하여 학생의 자존감을 더욱 나락으로 떨어트리고, 부담스러운 과제 업무를 전가하여 학생 간 폭탄 돌리기를 유도해 연구실 학생 간의 분란을 조장하거나, 학생의 진로 불안을 이용해 과중한 과제 업무를 부과하는 식으로 졸업을 강제 유예시켜 숙련인력을 붙잡아두는 다양한 종류의 심리적 폭력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k처럼 좁은 사회에서 풍월 10년이면 이런 만행은 듣기 싫어도 들려오게 되서, 연애블로그의 이런 쓰레기는 만나지 마라 시리즈의 교수-학생 버전을 소재 고갈 걱정없이 평생 연재가 가능할 정도입니다.   

     스무 살에 학교에 입학해 학부 2학년 때 자살한 지인들을 시작으로, 학교 안팎에서 카이스트의 우울한 기운에 전염되어 아픔을 안고 가는 대덕의 구성원들을 너무나 많이 보아 왔습니다. 이제 제가 아는 사람들 대부분은 카이스트를 저주하며 석사/박사 중간에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거나, 또 그 아픔을 건강히 풀지 못하고 자기보다 약자인 후배에게 전가하는 등 폭력적으로 표출하거나 카이스트라는 도장이 찍힌 트라우마에 스스로를 수감하여 평생을 살아갑니다. 처음 해보는 연구가 주는 불확실성과 얼어붙은 학계 채용 시장이 주는 불안을 견디기에도 벅찬 젊은 넙죽이들이, 연구보다는 교수님과 학교 제도에 대한 증오로 가득차 젊은 시절을 불면과 우울로 지새게되지요. 학교의 아름다운 교정을 감상하는 일반 시민들의 행복한 표정들 속에서 좀비처럼 교정을 가로지르는 대학원생을 표정으로 구분해내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한편 수년 전에도 학생들 사이에서 악명높았던 몇몇 교수님들의 악질적 행동이나 성격은 강산이 변하고 학교에 빌딩이 완공되어도 변화가 없습니다. 교수라는 자리가 주는 막중한 부담감이 교수님들의 심적 여유를 빼앗아 자기 객관화가 안 되는 것처럼 보여요. 학생들은 당연히 진로에 불이익이 생길텐데 익명성 없이 감히 저처럼 교수님에게 직언을 할 수 있을까요. 중소기업 사장처럼 연구실도 교수님이 절대 권력자로 부족민을 쥐어짜는 부족사회인데요. 김박사넷이라는 유일한 피드백 채널이 없었다면 아무것도 모르고 k에 입학한 젊은 넙죽이들은 그저 대학원에 스스로 진학했다는 죄로 우울감과 분노의 감옥 안에서 전문가로 성장해야 할 중요한 시기를 종합병동이 되어 보내게 될 겁니다. 너무나 많은 제 친구들이 그렇게 아파왔고, 이제는 동생뻘 넙죽이들도 똑같은 상처를 입고 두려움과 상처 속에서 살아가는 걸 보게 됩니다. 더는 분노를 참기가 힘들어서 눈알이 돌아 학교 구성원들에게 쓰레기로 낙인될 각오하고 교수님 평판이라는 아킬레스건에 한줄평이라는 단검을 찔러넣게 됐습니다. 짐 레이너가 죽은 줄 알고 다시 칼날 여왕이 되어 저그군단으로 세계를 휩쓸어버려도 성이 안 차는 케리건의 심정으로 매일매일 성실히 김박사넷에 로그인하여 계란을 던졌습니다. 이제 김박사넷이 그만 하면 됐다 마! 제 광기를 막아주네요 ㅎㅎ.

     넙죽이들이 학계의 부조리함이나 스트레스에 대해 열린 공간에서 목소리를 낼 채널이 부족하면, 공격성을 안으로 가두어 우울감에 곪아가거나 혹은 저처럼 폭력성을 띠어 교수님들에게 큰 타격을 주고 학계를 떠나게 되는 등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계속 발생할 겁니다. 코로나사태가 완결될 기미 없이 작은 트리거만으로도 제2차 파동을 몰고오듯요. 제가 김박사넷을 극단적으로 이용한 이번 사태로 김박사넷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고, 이제는 학교에서 좀 더 열린 공간에서 서로에 대한 존중을 전제한 채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 연구실 평가/교수-학생 대화의 플랫폼을 만드는 데 앞장서주시길 간청드립니다. 일전에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주관한 타운홀 미팅에서 이 의제가 제1순위로 선정됐는데, 도무지 학교에서 이 의제를 총대 메고 해결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아 인생에 쓸 용기를 다 끌어다 모아서 교수님들을 도발하게 됐습니다. 감히.

    최근 k 50주년을 맞아 상상소위원회에서 향후 k의 50년을 그려보는 공모전이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가장 에너지가 넘쳐야 할 젊은 넙죽이들이 죄다 좀비인데 뭘 추진할 수나 있겠습니까? 부산행처럼 갑천행이나 안 찍으면 다행이죠. 총장님 말씀대로 U자형의 창의적, 차별적 연구를 하려면 일단 넙죽이들 건강부터 챙겨야 하지 않을까요? 아무리 실적이 안 좋은 축구팀도 선수들의 컨디션을 관리하는 코치가 있습니다. k가 나아갈 방향은 매경 인터뷰에서 멋있게 잘 제시해주셨는데, 내부자 입장에서 보면 함께 추진하자가 아니고 니들이 굴러서 내 비전을 실현시켜라~식의 착취로 귀결되어 버리니 속이 탑니다. 젊은 넙죽이들 아픔을 경청하고 공감하는 것이, 총장님이 선포하신 그 모든 비전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감히 간언드립니다. 학생의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고서는 그 어떤 좋은 정책도 충분히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긴 호흡과 추진력을 얻지 못합니다.

    교수님들이 중원에서 시야를 확보하고 쓰루패스를 찌르면, 넙죽이들이 손흥민으로 빙의해서 골망을 흔드는 그런 학교가 되길 바라며 익명의 또라이 넙죽이는 이만 물러갑니다. 전국의 교수님과 대학원생들 댓글에 제게 돌이든 계란이든 얼마든 던지셔도 좋습니다. 딱히 침뱉으셔도 이미 10년 넘게 만신창이가 되서 더 더러워지기도 힘들거든요. 암튼, 선선한 가을이 찾아왔는데 모쪼록 코로나가 주는 답답함 속에서도 행복한 한가위를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나이가 드니 글이 겁나 길어지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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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개

Ibn Khaldun*

2020.09.27

ㅇㅇ 들어가라이
Pierre Boulez*

2020.09.27

교수 인성이 이렇게 중요합니다 여러분
교수 인성 보고 들어가세요 제발 ㅠㅠ

IF : 5

2020.09.27

무엇보다 넙죽님 마음에 평화가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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