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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믿는 방법?

2022.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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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고민이 많은 대학원생 K입니다. 고민이 많아서 잠도 안오고, 이 새벽에 처음으로 김박사넷에 글을 쓰게 됐네요.

대학원에 석박통합과정으로 온지도 2년 하고 반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자신을 믿는 방법'을 잘 모르겠습니다. 정확히는 '내가 한 실험 결과를 믿는 방법'을 잘 모르겠습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실험에 대한 어느 정도의 합리적 의심은 분명히 엄밀한 실험 결과를 가져다준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엄밀한 실험 결과, 즉, 내가 나 스스로를 설득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내가 희생하는 시간과 노력이 남들에 비해 생각 외로 많은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물론 '내가 나를 설득할 수 있는 실험의 엄밀함'과 '이 필드에서 '이만하면 됐다'고 인정되는 실험의 엄밀함'이 다르다는 것은 압니다. 그렇기에 논문도 최대한 많이 보고 있고, 지도교수님께 의견을 구하기도 합니다.(안타깝게도 사수라고 부를 수 있는 선배가 연구실엔 없어서 지도교수님께 주로 자문을 구합니다.) 결과적으로 실험의 엄밀함과 시간 사이의 trade-off 를 잘 조정하는 게 학위과정에서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음에도, 막상 실험이나 측정을 할 때면 스스로가 한 측정을 믿지 못해서 같은 측정을 여러번 반복하거나, 여러 조건에서 측정 후 결론을 내리곤 합니다. 머릿속으로는 이 trade-off에 대해 이해했는데 실천에 옮기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해야하나요....

혹시 같은 고민을 해보셨던 동기 여러분이나 선배님들이 계시다면, 이러한 점을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아니면 어떻게 장점으로 승화시켰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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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개

2022.11.22

본인을 납득시키는 기준이 높아 힘들지만, 그 기준이 '객관적으로' 합리적일 경우,
그 기준에 따라 결과로 만들어지는 시간이 소모가 많이 되더라도 초반에만 많이 될뿐, 나중가서는 그렇게 소모되지 않습니다. 또한 이렇게 갖춰진 엄밀함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유익합니다. 측정한 것을 믿지 못하는 이유가 본인이 들여다보지 못한 곳에서 시스템적으로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지 몰라서 믿지 못하는 것이라면, 그런 시스템을 들여다보려고 노력하고, 최소한의 이해를 가져가면 도움이 될 거에요.

하지만 측정한 것을 믿지 못하는 이유가 이유없는 의구심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이는 마치 자신이 엄밀하다고 믿으면서 시간 소모를 하고 있는 경우입니다. 다른 말로하면 엄밀하다고 하는 것이 정말로 객관적으로 그렇다라기 보다는 그렇게 느낀다는 수준인겁니다. 이때는 글로써 반드시 본인이 생각하는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써보세요. 글로서 드러나야,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해결해야할지가 보입니다.

첨언하자면, 연구를 할 때 그 정당성의 기준은 외부에 어디에 정해져 있는 게 아닙니다. 연구방식이나 개념이 절대성을 가진다고 생각하면, 일이 어려워집니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지적 수준에서의 논리성에 항상 초점을 맞추세요. 현재 자신의 지적수준을 파악하고 겸허히 받아드리고, 이를 발전시키는 것이 제일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대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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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2

그래도 무엇보다 이런 진지한 생각을 가지신다는 것이 바른 태도를 갖추신것 같아 좋아보이네요.
자기 연구와 공부에 이런 진지한 생각 없이 학위하는 분들 꽤 많습니다. 아니면 대부분일지도요.
저도 글쓰신분과 같은 생각으로 실험을 여러번 하거나 등등해서 좀 늦어지네요.

제 개인적인 생각은 목표와 목적이 뚜렷해지면, 핵심 실험이나 분석방법 등이 정해질 듯합니다.
그러면 어떠한 실험과 분석에는 힘들여서 실험과 분석의 엄밀함을 높이고
그렇지 않은 실험이나 분석에는 조금 힘을 빼는게 어떨까요?
(아니면, 학계에서 합리적으로 인정할 실험의 엄밀함 수준)

뭐 뻔한 말이지만, 결국 쓰고자하는 논문의 주제가 정해지면 그에 따르는 실험과 분석방법이 정해질텐데
거기서 우선순위를 정해 실험의 엄밀함을 차례로 부여하는 것이
말씀하신 trade-off를 그나마 높게 가져갈 수 있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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