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하는 것의 기준

2022.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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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학원 4학기째 재학중인 학생입니다.
연구실 생활과 인간관계 관련해서,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 싶어 글 올립니다.

저희 연구실은 흔히 말하는 '빡센 랩'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과에서는 물론 유사 분야 연구실들 중에서도 한 명당 배정되는 프로젝트가 많은 편이고, 그만큼 일의 양도 많고 평균 퇴근 시간도 늦습니다.
수행하는 실험이나 분야의 특성 상 어쩔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인건비도 그만큼 많이 받기는 합니다.

저는 제 자신이 효율이 좋지 않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부하는 것도, 해야 할 일을 생각하고 계획하는 것도 느린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다른 사람들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시간을 더 쓰고 더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작년 가을학기부터는 기숙사에 살면서 가능한 모든 시간을 연구실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주말은 없어진 지 오래고, 연구실에 있는 시간은 그때그때 다르지만 14-16시간 정도인 것 같네요.

사실 이렇게 사는게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친구들과는 서서히 멀어지고 있고, 여자친구도 놓쳤습니다.
의지부족일지도 모르지만, 운동도 점점 안 하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서서히 죽어가는 느낌입니다.

이렇게까지 하는 것이 온전히 제 의지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작년에 한 선배와 같이 일을 하게 되면서, 그 선배가 저를 지도하고 다그치기 시닥했습니다.
10시 전에 퇴근하면 바로 그날 카톡으로 질책당했고, 저보다 (제 생각에는) 효율이 좋은 동기를 언급하며 너희 기수 망했다는 이야기를 계속 했습니다.
인질은 항상 논문 authorship, 그리고 자신이 실험을 가르쳐준다는 사실.

지금은 그 프로젝트가 날아가 같이 일을 하지 않고 있고, 저도 그 선배를 멀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제가 컨디션이 안 좋거나, 약속이 있는 등의 이유로 퇴근이 이르면 칼같이 지적이 날아오곤 합니다.
물론 자기가 일찍 퇴근하지 않는 날에만요.

애매한 것은, 그 선배의 말이 완전히 틀리지 않다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저는 성과도 실력도 없고, 열심히 하는 것만이 답일 수도 있겠죠.
부족한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니까요.
그런데... 최근 몇 주 실험이 몰아친 후 몸이 상해 퇴근한 와중에, 좀 더 책임감을 가지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도대체 열심히 하는건 얼마나 더 해야 할까요.
연구실에 책임감을 가지는건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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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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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2

아니 지가 뭔데..
열심히에 우선해야되는건 지속가능성입니다. 14시간 16시간 하면 뭐합니까 앞으로 계속 그러고 살 수가 없는데. 그리고 스스로 태도나 능력을 탓하기 전에 저런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해대는 선배를 대하는 방법에 대해서 먼저 생각해보세요. 건강 앞에 그깟 논문 그깟 선배 그깟 연구입니다.
점잖은 존 폰 노이만*

2022.09.22

하루에 14시간씩 한다고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닐뿐더러, 열심히 하는것보다 잘하는게 훨씬 더 중요합니다.

대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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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승맞은 밀턴 프리드먼*

2022.09.22

충분히 열심히 하고 계십니다. 아니 일을 너무 많이 하고 계십니다.

오히려 충분히 쉬셔야 효율이 올라갈것 같네요. 뇌도 휴식이 필요합니다.

한국인들 나쁜 선입견 중 하나가 직장이나 연구실에 무식하게 오래 머물어야 열심히 한다고 생각하는건데 천박하고 미련한 생각입니다.

그 선배는 그 천박하고 미련한 사람의 표본이구요.

미국은 5시 넘으면 연구실에 아무도 없습니다. 개인 사정상 연구실에 하루 이틀 안나와도 교수님 포함 뭐라하는 사람 없구요. 그래도 실적 잘 나옵니다.

일단 열심히 안하고 있다는 죄책감(?)은 버리시고, 선배도 적당히 무시하시고, 잠도 푹 주무시고 운동도 다시 시작하세요.

암기공부는 무식하게 시간 투자하면 성과가 나오지만,

생각의 양보다 질이중요한 연구는 몸과 마음이 건강할 때 잘 됩니다. 진짜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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