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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12 (화) 오랜만에 일찍 출근한 연구실에서

2022.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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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는 월요일에 교수님과 미팅이 있었다. 미팅주제는 세 가지. 여기서 첫 번째와 두 번째는 나의 개인 연구에 해당된다. 마지막은 연구실 사람과 함께 진행하는 공동 연구이다. 반성을 하자면, 사실 개인 연구에는 많이 집중하지 못했다. 또한 공동 연구 볼륨을 많이 가져갔다고 해서 교수님께 칭찬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저 개인 연구가 막막해서 (더 심하게 얘기하면 하기 싫어서) 잘 준비하지 못했다(핑계없이 ‘않았다’라고 하는 것이 맞을지도..?).


교수님의 미팅 피드백은 생각했던 대로이다. 정확히 얘기하면 굳이 개인연구를 아예 하지 않으려고 생각했던 것이 아니라, 그러니까 교수님의 실망한 얼굴을 뻔뻔하게 보려고 했던 의도가 아니었지만, 반응은 예상할 수 있었다. 미팅을 하는 동안 교수님께서는 ‘나의 박사과정은 말그대로 생존이었다. 그래서 절박함이 있었다. 때문에 완벽하게 빈틈없이 준비하려고 했다.’와 ‘미팅 동안에는 본인의 연구를 지도교수에게 끊임없이 설득하는 과정’이라는 말씀을 하셨다.


맞는 말이다. 연구실에 들어오기부터 지금까지 항상 들었던 말이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미팅이 끝나고 점심을 먹는 약 30분 동안 많은 생각을 했다.
1. 나는 왜 교수님의 미팅 니즈를 충족하지 못하는가?
2. 나의 박사과정은 왜 절박함이 없는가?
3. 내가 박사과정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크게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은 하나로 정리되었다. 내가 연구라는 직업에 충분한 관심과 호기심,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구나. 박사과정을 시작하고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를 가치관으로 여겼던 내가 이 과정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구나 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오히려 미련과 아쉬움 보다 후련함이 컸다. 예전에는 이런 생각이 들면 ‘나는 단순히 교수님과 성격이 맞지 않아서, 교수님의 지도방식이 나에게 맞는 방식이 아니라서, 교수님께서 신임이라 내가 기대고 얘기를 터놓을 선배들이 없어서, 공대라는 특성상 여대학원생이 많지 않은 외로움 때문에’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건 핑계였다. 나의 성향과 사고방식이 대학원이라는 특수한 상황과 궁합이 좋지 않은 것이었다.


이제는 이 생각을 잘 정리해서 교수님께 말씀드려볼 생각이다. 교수님께서는 앞서 언급했던 대로 초임이고, 특히나 내가 박사과정을 끝마치지 못한다면 연구실에 남아있는 학생들이 거의 없고, 또 신임 교수 특성상 사회적인 어떤 눈치 때문에 어떻게든 붙잡을 것을 잘 안다. 첫 제자라 많이 신경써주셨는데… 죄송한 마음도 든다. 하지만 지금을 나를 위해서, 나의 인생을 위해서, 주체적인 나를 위해서, 마지막으로 교수님을 위해서도 결단을 내릴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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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1개

2022.07.12

저랑 상황이 같네요.. 저도 오늘 오전에 랩미팅하고 첫 제자 박사 과정인데 같은 마음이라 더 공감이 됩니다..

대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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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 5

2022.07.12

1. 미팅 니즈 충족하는 대학원생 얼마 없다. 교수가 보통 자기 포닥이나 말년차때(=연구실에 있었던 가장 최근의 기억)만 생각하고 누구든 다 그래야지! 하는 경향은 없는지 모르겠다
2. 그렇게까지 절박하야하나 싶다. 꼭 교수같은 사람만 대학원다녀서 박사되리란 법은 없다. 애초에 교수도 당시에 그렇게 절박했나 확인할 길이 스스로도 별로 없다.
안맞는건 알아서 생각하실 일이지만 꼭 그렇게 빡빡하게 판단하실 일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절박하게 막 뭐 엄청 해서 대학원생활 해도 그거 그렇게 길게 못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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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짢은 버트런드 러셀*

2022.07.12

나도 지금 중상위권 대학에서 교수 해먹고 있지만
박사과정 내내 항상 절박했냐고 하면 그건 절대 아니었음.
한 1년정도는 게임만하다 날린 해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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