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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이라는 지옥을 탈출해 멀리서 지켜보며 쓰는 글

착한 피보나치

2022.05.19 23 47063

나는 연구를 참 사랑했다.
무언가를 골똘히 고민하는 것을 사랑했고,
아무도 해보지 않은 것을 시도한다는 사실을 사랑했다.

하지만 사람은 내 맘대로 되는 것이 없었다.

악덕한 선배가 지나간 자리,
피해 받은 사람들만 모여있는 연구실에는 온통 피해망상, 상처, 질투, 시기, 미움만 남아있었다.

모두가 우울증에 걸려 시들시들했고,
연구보단 당장 허기를 달랠 맛있는 음식과 오피스 시간에 게임을 할 수 있는 좋은 묘책이 더 중요한 안건이었다.

결국엔 나도 우울증에 전염되어갔다.
모든 대학원생은 우울증에 걸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사람들과 함께, 당연해졌다.

이내 마음의 병이 몸까지 갉아먹기 시작했다.
나는 사람들 앞에 서는게 무서워졌고, 더이상 살고싶지 않아졌다.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눈 딱 감고 자퇴를 해버렸다.
꼬박 3달을 집안에서만 누워 지냈고, 새로운 직장을 찾았다.

이제 나는 사람들 앞에 서는게 두렵지 않다.
일에 대한 욕심도 생겼으며, 사람을 사랑한다.

이 글을 읽는 분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너무 힘들고 아프다고 생각되면, 그만 하셔도 괜찮아요.
아무도 당신이 그만둔 것에 대해 욕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지금 당신을 괴롭히는 그 사람이 하는 말보다 따뜻한 이야기를 해줄 겁니다.
행복해지세요. 화이팅.

댓글 23

  • 사려깊은 윌리엄 셰익스피어

    2022.05.19

    고생많으셨습니다. 어디서나 잘되시길 바래요

    대댓글 0개

  • 열정적인 데이비드 흄

    2022.05.19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대댓글 0개

  • 화난 호르헤 보르헤스

    2022.05.19

    건강을 미루고 무엇을 할 만큼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건강을 기본으로 하고 나머지 삶을 배정하는 게 맞지요.
    한국연구계는 참 암울합니다..

    대댓글 2개

    • 너그러운 쇠렌 키르케고르

      2022.05.25

      안타깝게도, 유럽이나 미국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 밝은 막스 플랑크

      2022.06.08

      주변에 과로로 돌아가신 신혼이셨던 박사과정생이 계셨습니다. 그후로 이 말이 정말 와닿네요.

  • 못된 베르너 하이젠버그

    2022.05.20

    고생 많으셨습니다. 좋은일만 있으시길

    대댓글 0개

  • 대담한 맹자

    2022.05.20

    화이팅! 현재 스스로가 바라보는 일을 하신다는거 자체가 의미잇는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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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량한 빌헬름 뢴트겐

    2022.05.20

    고생 많으셨어요.
    혹시 몇 년차까지 하고 그만 두신건지 여쭤봐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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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승맞은 레온하르트 오일러

    2022.05.23

    포기하기 전에 맞써 싸워 보시지.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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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치있는 찰스 다윈

    2022.05.24

    힘들었던 과거를 이겨내시고 현재 행복하게 지내시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어디서나 사랑받으실 분일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대댓글 0개

  • 세심한 비트겐슈타인

    2022.06.01

    누워있었는데 직장을 찾았다... 그 전에 쌓아온 노력이 명백히 남아있었다는 반증입니다. 고생하셨어요

    대댓글 0개

  • 선량한 미셸 푸코

    2022.06.03

    어딜가나 일이 힘들게 아니라 사람이 무서운것 같습니다..

    대댓글 0개

  • 상처받은 마이클 패러데이

    2022.06.16

    짧게 요약된 글에서 많은것이 느껴집니다. 고생많으셨습니다.

    대댓글 0개

  • 염세적인 어니스트 러더퍼드

    2022.06.18

    학문이 좋아 박사를 하는건데, 실질적인 실험보다 잡일이 훨씬많고 연구 외 스트레스가 더 많은 알수없는 대학원의 세계.

    대댓글 0개

  • 기쁜 시몬 드 보부아르

    2022.06.28

    ㅉㅉ;참지 쫌;;

    대댓글 0개

  • 기쁜 시몬 드 보부아르

    2022.06.28

    ㅉㅉ;참지 쫌;;

    대댓글 0개

  • 세심한 박경리

    2022.06.30

    고생 많으셨습니다

    대댓글 0개

  • 허탈한 장자크 루소

    2022.06.30

    고생했으요

    대댓글 0개

  • 세심한 그레이스 호퍼

    2022.07.03

    회사에서 비슷한 경험을 겪었던 터라 많이 공감이 되었습니다. 회사도 전혀 다르지 않더라구요. 사람 사는 곳에는 언제나 악독한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라. 암튼 잘 탈출하셨고 건승을 기원합니다.

    대댓글 0개

  • 산만한 레온하르트 오일러

    2022.07.14

    예전에 패기 넘치던 학부연구생 때는 대학원 자퇴하는 사람이 이해가 안되었습니다. 근데 이제 박사과정이 된 제가 우울증으로 힘드니 이해가 완전 되더라고요. 수고하고 고생 많으셨습니다. 앞으로는 행복하시길

    대댓글 0개

  • 똑똑한 로버트 보일

    2022.07.21

    저는 석사를 마치고 박사 학위를 받겠다는 마음이 강해져 동일한 연구실에 진학하였습니다. 그렇게 연구실 생활을 한지 총 3년 정도 되었네요. 잡다한 일에 밀려 연구에 집중할 수도 없고, 생각하는 능력도 안오르고, 연차에 따른 기대치는 높아지는데, 스스로 제가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너무 강해집니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해도 벗어날 수가 없어요. 연구가 내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고 자퇴 고민하고 있습니다. 핑계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너무 답답하고 이야기할 곳이 없어서 적어봅니다.

    대댓글 2개

    • 허탈한 블레즈 파스칼

      2022.07.23

      저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네요 어떻게 지내시나요 함께 힘내봐요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잘되실겁니다 제가 듣고 싶은 말이라 해봐요 :)

    • 착한 피보나치 (작성자)

      2022.07.28

      전혀 핑계로 들리지 않습니다. ㅎㅎ

      가끔 보면 정말 쉽게 박사학위를 받는 분들도 많더라구요.
      박사라고 모두 같은 박사는 아닌 듯 합니다.

      이런 고민을 하고 계시는 것 자체가 참 똑똑하고 의지가 강한 분이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만듭니다.
      잘 하실 수 있을 거예요 :)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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