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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교수가 말하는 대학원에서 발전 하는 법 - 외전

똑똑한 버트런드 러셀

2021.11.16 20 5040

안녕하세요 현직 교수 현교수입니다. 저번에 올렸던 대학원에서 발전하는 방법 외전입니다. 첫번째 글은 이제 막 대학원 생활을 시작한 분들도 참조할 수 있는 이야기, 두번째 방법은 조금 짬이 차고 나서부터 시작하면 좋은 이야기, 그리고 이 글은 대학원 시작부터 끝까지 그리고 그 이후까지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이번에 하고 싶은 이야기는 대학원에서 자기 능력을 키우는 방법과는 조금 다른 하지만 너무나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대부분의 연구자들이 대학원 생활을 시작하게 되면 언제가는 부딪히게 되는 imposter syndrome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자기의 능력과 전문성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내가 박사를 받을 자격이 있나,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연구가 맞는건가, 내가 전문가라고 할 수 있나 하고 생각하게 되는 자기 부정 행위, 그 결과적으로 나는 전문가가 아닌데 사람들이 속고 있구나 하게 되는 생각, 이런 현상을 imposter syndrome이라고 부릅니다.

Imposter syndrome을 겪게 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남들과의 비교, 완벽주의자적인 성향, 혹은 독자적 연구주의 성향에서 기인 할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는 독자적 연구주의 성향이나 완벽주의자적인 성향은 거리가 멀어서 남들과의 비교가 직접적인 원인이었습니다.

남들과 적당한 비교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가끔 괴물을 만나게 되고 비교도 하게 되기 마련입니다. 제 박사 동기중에 엄청 대단한 친구가 있었는데 이미 졸업전에 nature, cell, science에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의 논문을 내놨습니다. 타고난 천재인데 노력도 천재로 하는 친구였죠. 졸업 후에도 그 친구는 멈추지 않고 계속 돌진, 지금은 난리도 아닙니다. 그 친구가 만들어 내는 연구 실적을 보면 ‘아 난 쓰레기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이 친구를 제외 하더라도 잘 하는 친구들을 보면 ‘나 같은 건 박사를 받으면 안 됐던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그러면 참 연구가 하기 싫어지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교수가 막 되었을 때는 감히 스스로를 교수라 얘기하기가 좀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무슨 일 하냐고 물어보면 그냥 학교에서 일 한다고 얘기 하고 만약 질문이 이어지면 그제야 교수라고 대답하곤 했습니다. 몇년이 지나고 일에 익숙해지니 그제야 교수라고 먼저 말 할 수 있게 되더군요.

아마 제가 어떻게 imposter syndrome을 극복 했는지 듣고 싶으시겠지만 저도 별 뾰족한 방법은 없습니다. 다만 대학원 때는 꾸준한 운동과 학교 상담센터를 통한 카운셀링, 그리고 교수가 되서는 역시 운동과 멘토 교수님과의 면담을 통해서 나아질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두가지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운동과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상대.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이유는 만약 지금 imposter syndrome을 겪고 계시다면 아니면 나중에라도 겪게 되신다면 자기를 의심하고 학대하기 보다 ‘아 이런건 나만이 아니라 모두들 겪는 증상이구나’ ‘그냥 쓸데 없는 생각이구나’ 하고 자신을 좀 더 부드럽게 포용하도록 노력하셨으면 하는 바람 때문입니다.

대학원은 혹은 연구자가 되는 길은 그 준비 과정도 힘들고 수행 과정도 힘들고 그 이후 과정도 힘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조금이나마 여유를 가지고 웃는 하루를 보내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댓글 20

  • 깜찍한 토마스 홉스

    2021.11.16

    감사합니다. 좋은 내용이네요.

    대댓글 1개

    • 똑똑한 버트런드 러셀 (작성자)

      2021.11.17

      저도 감사합니다.

  • 조용한 박경리

    2021.11.16

    미국에서 박사 곧 받고, 미국 탑기업 여러군데서 오퍼 받았지만, 여전히 imposter syndrom은 가시지 않네요 ㅎㅎ 저에게 주어진 결과물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댓글 1개

    • 똑똑한 버트런드 러셀 (작성자)

      2021.11.17

      쉽지 않죠. 저도 문득문득 다시 찾아오곤 합니다 ㅎㅎ

  • 방탕한 쇠렌 키르케고르

    2021.11.16

    Imposter syndrome이란 증상이 있는 줄 몰랐고, 제가 겪었던 것이라 (아마도 지금도 진행형인) 이제 알았네요. 감사합니다.

    대댓글 1개

    • 똑똑한 버트런드 러셀 (작성자)

      2021.11.17

      이런게 있구나 하고 알아 두면 그나마 조금 마음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에 써 봤습니다. 도움이 되셨기를..

  • 멍때리는 아담 스미스

    2021.11.17

    교수님, 오늘 비슷한 생각 때문에 펑펑 울다가 잠깐 여기 들어왔는데 이런 값진 경험담이 담긴 좋은 글을 보고 또 울컥하네요.. 제 자신을 조금 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포용해야겠습니다! 이런 마인드셋 관련 글 너무 좋습니다 교수님 ㅠㅠ

    대댓글 1개

    • 똑똑한 버트런드 러셀 (작성자)

      2021.11.17

      잘 할 수 있어요. 토닥토닥~

  • 이기적인 정약용

    2021.11.17

    저 그제 친구랑 '내가 이렇게 멍청한데 박사받아도 되나? 난 이해 못하는 것들이 많은데?' 얘기를 길게 했었는데 이게 이름이 있는 거였군요.. 처음 알았습니다.
    제가 보기에 똑똑해 보이는 친구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더라구요.

    이런 고민을 누군가에게 털어놓을 때 상대방은 제가 칭찬받거나 인정받고 싶어서 일부러 고민인 척 말하는 줄 알까봐 그것도 조심스러웠어요. 무슨 금기어 말하는 것처럼요..ㅎㅎ

    조금씩 이런 생각 하면서 겸손하게 되는 건 좋지만, 너무 과하면 자존감이 깎여서 우울해지고 하던데
    저도 적절히 조절하는 데 신경을 써야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대댓글 1개

    • 똑똑한 버트런드 러셀 (작성자)

      2021.11.17

      자존감과 겸손의 줄다리기이지요 ㅎㅎ 결론은 나를 제대로 바라보자인 것 같습니다. 10여년간 스스로에게 말하고 있지만 쉽지 않네요. 그냥 내 자신을 있는 그대로 포용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 쇠약한 레오나르도 다빈치

    2021.11.17

    똑똑한 교수님들도 이런 고민을 하는군요

    학업이란 끝이 없고 하면 할수록 더 많이 공부 해야 하고

    결국 자기만족인데, 그만큼 자기분야에 욕심많고, 열심히 하니까 imposter syndrom에 빠지는 것 같네요

    대댓글 1개

    • 똑똑한 버트런드 러셀 (작성자)

      2021.11.17

      공부는 한계가 없다는게 참.. 알면 알 수록 모르는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배우고 싶어서 쌓아 뒀지만 아직 못 읽은 책이 산더미네요..

  • 무서운 알렉산더 플레밍

    2021.11.17

    안녕하세요.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저는 현재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공대생입니다.
    아무래도 추후 연구분야 선택이 교수 직을 꿈꾸는 데에 있어서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이 듭니다.
    분야 선택에 대한 조언이나 미래 등을 알 수 있을까요?
    미국은 생명분야쪽으로 광범위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지만, 이에 비해 한국은 한참 멀었다고 생각이 들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복잡한 상황에서 미래를 봤을 때 현재 연구분야 선택부터 시작하여 포닥을 어떤 분야로 뻗어나가면 좋을 지 이런저런 생각에 복잡하네요..

    대댓글 1개

    • 똑똑한 버트런드 러셀 (작성자)

      2021.11.17

      제가 그런 중요한 조언을 할 정도의 능력은 안 되지만 주제 넘게 한마디 드리면..

      향후 진로 결정이 한국이냐 미국이냐에 따라 많이 달라질 것 같습니다. 만약 한국행이 목적이면 저는 한국에서 협업하는 교수님들이 좀 있어서 그분들이랑 얘기를 많이 나눴었습니다. 한국 교수님들과의 네트워크도 잘 다져 놓으시길 추천 드립니다. 미국에 남는다 하셔도 업계의 상황과 현재 트랜드와 그리고 학교가 바라는 교수풀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그냥 제일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거 하시라고 말씀 드리고 싶네요. 그게 그나마 제일 후회가 적은 선택인 것 같습니다.

  • 긍정적인 앨런 튜링

    2021.11.17

    좋은 글 너무 감사드립니다.

    대댓글 1개

    • 똑똑한 버트런드 러셀 (작성자)

      2021.11.17

      저도 감사드립니다.

  • 능글맞은 아담 스미스

    2021.11.19

    남자 29에 대학원 가서 인생 현타오는 순간들이 너무 많았는데 좋은 글 감사합니다..ㅜㅜ

    대댓글 1개

    • 똑똑한 버트런드 러셀 (작성자)

      2021.11.19

      저도 29에 대학원 들어 갔습니다. 화이팅입니다!

  • 밝은 니콜라 테슬라

    2021.11.22

    항상 교수님의 글을 읽고 많은 도움 얻고 있습니다. 그리고 항상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이렇게 글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교수님 덕분에 더욱 열심히 연구 생활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

    대댓글 1개

    • 똑똑한 버트런드 러셀 (작성자)

      2021.11.23

      도움이 된다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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