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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맞는 회사원 일기

건강한 소크라테스

2021.09.17 5 672

(주절주절주의)

오늘도 대충 9시쯤 집에 들어왔다.
연휴 전날이었음에도 내가 사무실을 나설 때까지 우리 부서엔 남아있는 사람들이 많이 많았다.
내일도, 모레도, 연휴 내내 거의 모두가 한번씩은 당직을 선다. 나 포함.
원래 이 지경으로 밤낮없고 휴일없는 부서는 아니었는데 급격히 사람 못 살 곳이 되어가고 있다.

난 곧 결혼을 앞둔 연인이 있다.
그는 내일, 나는 모레 각각 서로의 직장에서 근무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아직 집에 내려가려면 멀었다.
그리고 내일은 그의 생일이니까. 어디 가기도 그렇고 내 자취방에서 생일상을 크게 차려둘 생각을 하고 있다.
뭘 할까, 장보러 가서 뭘 살까 생각하며 메모를 좀 해두려고 굴러다니는 노트 하나를 꺼냈다.

노트 앞쪽에 이미 써있던 메모들을 슥 보는데, 내용을 보아하니 박사 말년차때쯤 썼던 것 같다.
수식, 그래프 개형, 각 지점마다 내가 했던 고민들이 어지럽고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그리고 몇 년 지난 지금도 이것들을 보기만 해도 무슨 고민이었는지 알 것 같아서 약간 무섭기도 했다.
아 내가 정말 열심히 하긴 했구나 싶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만큼 열심히 하고 있진 않구나.

지금은 그렇게까지 열심히는 살고 있지 않더라도, 거기에 따르는 죄책감같은건 그래도 없다.
사실 의도적으로 좀 없앴다. 대학원때야 졸업이라는 목표가 있었고 그게 다가오는게 조금씩 보였지만
훨씬 더 길게 가야하는 직장생활 중에는 계속 풀악셀 밟으면 중간에 부러질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내 피지컬 한계로는 그랬다.
그런 상태에서 이 노트를 보니 그냥, 예전의 나도 참 고생했다, 잘했다, 용케 여기까지 잘 왔다 싶은 생각이 많이 들어 기분이 괜찮았다.

아닌가. 계속 휴일당직 주말당직돌고 요청받은 것 최대한 구색 맞춰서 보고자료로 전달하고
부장이 업무 관련 물어보는 것에 다 답하고 대들 정도(교수한테 하듯...) 된거면 이미 여기서도 꽤나 악셀 땡기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힘든가...

그래서 내일 밥 뭐하지

댓글 5

  • 징징대는 아르키메데스

    2021.09.17

    원글

    (주절주절주의)

    오늘도 대충 9시쯤 집에 들어왔다.
    연휴 전날이었음에도 내가 사무실을 나설 때까지 우리 부서엔 남아있는 사람들이 많이 많았다.
    내일도, 모레도, 연휴 내내 거의 모두가 한번씩은 당직을 선다. 나 포함.
    원래 이 지경으로 밤낮없고 휴일없는 부서는 아니었는데 급격히 사람 못 살 곳이 되어가고 있다.

    난 곧 결혼을 앞둔 연인이 있다.
    그는 내일, 나는 모레 각각 서로의 직장에서 근무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아직 집에 내려가려면 멀었다.
    그리고 내일은 그의 생일이니까. 어디 가기도 그렇고 내 자취방에서 생일상을 크게 차려둘 생각을 하고 있다.
    뭘 할까, 장보러 가서 뭘 살까 생각하며 메모를 좀 해두려고 굴러다니는 노트 하나를 꺼냈다.

    노트 앞쪽에 이미 써있던 메모들을 슥 보는데, 내용을 보아하니 박사 말년차때쯤 썼던 것 같다.
    수식, 그래프 개형, 각 지점마다 내가 했던 고민들이 어지럽고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그리고 몇 년 지난 지금도 이것들을 보기만 해도 무슨 고민이었는지 알 것 같아서 약간 무섭기도 했다.
    아 내가 정말 열심히 하긴 했구나 싶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만큼 열심히 하고 있진 않구나.

    지금은 그렇게까지 열심히는 살고 있지 않더라도, 거기에 따르는 죄책감같은건 그래도 없다.
    사실 의도적으로 좀 없앴다. 대학원때야 졸업이라는 목표가 있었고 그게 다가오는게 조금씩 보였지만
    훨씬 더 길게 가야하는 직장생활 중에는 계속 풀악셀 밟으면 중간에 부러질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내 피지컬 한계로는 그랬다.
    그런 상태에서 이 노트를 보니 그냥, 예전의 나도 참 고생했다, 잘했다, 용케 여기까지 잘 왔다 싶은 생각이 많이 들어 기분이 괜찮았다.

    아닌가. 계속 휴일당직 주말당직돌고 요청받은 것 최대한 구색 맞춰서 보고자료로 전달하고
    부장이 업무 관련 물어보는 것에 다 답하고 대들 정도(교수한테 하듯...) 된거면 이미 여기서도 꽤나 악셀 땡기고 있는

    대댓글 0개

  • 징징대는 아르키메데스

    2021.09.17

    (원글 계속)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힘든가...

    그래서 내일 밥 뭐하지

    대댓글 0개

  • 방정맞은 에르빈 슈뢰딩거

    2021.09.17

    삼숭..?

    대댓글 0개

  • 달리는 로버트 후크

    2021.09.18

    어떤분야길래 연구직도 당직을?!

    대댓글 1개

    • 건강한 소크라테스 (작성자)

      2021.09.18

      일단 그냥 일이 겁나게 많고
      프로토타입 생산하는 공장 스케줄에 맞춰야 하다보니 거기 맞춰서 당직이 매우 잦아요. 연구개발도 팀바팀 부바부 사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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