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박사넷 투고] Rethinking Suicide

능글맞은 막스 플랑크*

2021.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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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사람이 만족하지 못할 삶을 사는 것보다 적극적으로 살지 않는 것을 선택하는 것도 가능해야하는게 아닐까? 꼭 인생이 불행하고 우울하고 절망스러워서 자살을 택해야만 하는건 아니지 않을까? 난 인간의 사고와 정신은 오로지 뇌의 전기화학 반응으로부터 기원하고 사후세계는 없다고 믿으며, 죽게 된다는 것은 아무것도 지각하지 못하고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하는 공허한 상태라고 받아들이고 있음. 그리고 태어난 것은 비록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었더라도, 본인이 얼마만큼 살것인지는 모든 개인이 스스로 계획하고 주도적으로 결정할 수 있어야한다고 주장함.

첫번째 이유는 인간은 수렵 채집 시대부터 부정적인 감정과 외부의 위협, 공포를 더 강하게 지각하고 더 중요하게 기억하도록 진화되었다는 점임. 그것이 생존에 유리하므로. 따라서 인간이 일생에서 좋은 일과 나쁜 일을 동일한 비율로 겪는다면, 개인의 차이는 있겠지만 평균적으로는 스스로 불행한 인생을 살았다고 여길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함. 삶에서 얻는 행복이 불행한 이벤트를 압도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아닌 경우, 살아가는 것 자체가 일종의 손해일지도 모름.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모든 사람이 행복과 풍요를 누릴 수는 없음. (여기서 행복은 보상회로의 작동, 그에 관련된 호르몬 생성으로 정의) 꼭 소모하는 자원과 얻는 행복, 만족이 비례하지는 않는다고 알려져 있고, 나도 그런 것 같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자원을 소모해 특정한 종류의 행복을 얻을 수단들은 존재하긴 하잖음? 행복에도 내성이 생긴다는 것도 고려해야겠지만. 결론은, 행복한 인생을 살기는 전체 인류 평균적으로 어려운 편이고, 인위적인 죽음이 금지 당한다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은 채 고통을 겪으며 살아가게 될 것임. 더 나아가 인간이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나는 것이 아님. 사람이 태어나기 전에 부모님에게 태어나고 싶다고 의사표명을 하는게 가능한가? 세상에 나와보니 모두가 원하지 않을 불우하고 처절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야 할 사람들은 무슨 죄인가? 이런 경우 죽음을 금지하고 삶을 강제하는게 윤리적으로 옳은 일일까?

두번째 이유는, 자살에 대한 금기가 '인간의 수명은 유한하다' 라는 틀릴수도 있는 전제에 굳게 기반을 둔 문화이기 때문임. 현대에는 노화억제를 넘어 노화 복원 기술이 윤리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암암리에 또 때로는 합법적으로 연구되고 있음. 또한 인간의 의식과 사고를 디지털화 하여 옮기는 SF 영화에 나올법한 내용 등 인간이 가진 유한한 시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들도 다양하게 연구되고 있고, 실제로 곧 가능할수도 있음. 그 정도까지가 아니더라도, 지금도 이미 인간의 수명은 과거에 비해 비약적으로 늘어났고, 지속적인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인간이라는 종이 가질 수 있는 생물학적 한계의 극한으로 추정되는 130살 전후까지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음. 만약에 인간이 영생을 선택하는 것이 가능해지거나 인간의 수명이 더욱더 비약적으로 늘어나면 세계 각국이 고령화, 정년, 노령복지 등과 같은 문제를 심각하게 직면하게 됨. 특정 집단의 인구수가 국가 정책 의사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민주주의 국가들은 더 다양한 문제를 겪을 수 있다고 예상됨. 궁극적으로, 영생이 가능한 세상에서는 자살이 금기라면, 개인이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을 때까지 강제로 계속해서 살아야하는 모순이 발생함. 영생이 가능한데 삶을 연장하지 않는 것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것과 동치가 아닌가? 이런 철학적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자살의 합법화와 자살을 부정적인 행위로 여기는 문화를 없애는 것이라고 생각함.

하지만 기득권과 정부는 이런 사고방식을 매우 싫어할 것임. 집단은 개인의 삶과 안위보다는 노동의 과잉공급으로 값싼 노동력을 얻거나 인구수로 권력과 세력을 늘리는데에만 관심이 많음. 그래서 문명은 오래전부터 종교적으로 자살을 금기시하거나, 도덕적으로 자살을 부정한 것으로 여기도록 세뇌시키거나, 아니면 자살을 현실에서의 도피 정도의 나약한 행위로 치부하는 식으로 사회 구성원들에게 자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주입시키도록 노력해왔음. 사회가 원하는 것은 개인들이 만족스럽지 못한 삶을 살더라도 그냥저냥 연명하는 삶을 살아가며 성실히 세금을 납부하는 등 조직에 이득이 되는 행위를 하는 것임. 하지만 정부가 인권과 인간 존엄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헌법에 모든 국민이 죽음을 택할 권리를 가진다는 것을 기본권으로 명시하고 자발적 적극적 안락사를 합법화해야한다고 주장함. 구체적으로는, 고통 없는 죽음을 도울 약물이나 장치들을 허가하고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에게 양도세 징수, 소유권 이전 등 유산 처분과 장례 절차를 지원해줘야 한다고 생각함. 물론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우울증이나 다른 정신 병력으로 인한 사유가 아님을 확실히 하기 위해 꼼꼼한 심리검사 절차가 선행되어야 마땅할 것임. 또한 자살이 합법적이라는 이유로 다른 이를 자살로 유도하거나, 죽이고 자살로 위장하는 타의적 자살을 매우 엄격히 조사해서 징벌하고 제재해야할 것임.

어떻게 보면 자살은 인간이 본인 인생에서 할 수 있는 가장 궁극적인 의사결정은 아닐까? 나는 살것인가, 살지 않을 것인가. 그것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인간의 성욕, 식욕, 성취욕. 이 모든 프로그램보다 우위에 있는 생존 본능이라는 트리거를 이겨내는,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사람임(맨정신인 상태라는 전제 하에). 자살이야말로 진정으로 자기 자신을 이기는 행위이고, 과거 부처의 단식과 같은 고된 수행이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받기도 하고 위대한 행위로 인식되는 만큼, 성인(Saint)으로써 그 용기와 기개에 대해 명예를 누릴만 하다고 봄. 그동안 문명과 교양이라는 것은 인간의 동물적, 생물학적 본성을 통제하고 의식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음. 그렇다면 문명과 인권 신장, 인간 존엄의 궁극적인 종착지는 개인이 스스로의 수명을 자유롭게 결정하는 시대가 아닐까.

-끝-

*작성자 본인은 재밌는거 하고 잘 살고 있으며 당분간은 자살할 의향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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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개

선량한 존 폰 노이만*

2021.06.20

전반적으로 일리있는 주장이라고 생각함.
성실한 장 폴 사르트르*

2021.06.21

재밌는글 감사

2021.06.22

자살은 모르겠고 노화로부터 오는 치매, 알츠하이머 등 퇴행성 질환부터 말기암환자, 만성신장병 왔는 사람들은 본인은 살고싶어도 가족들이 안락사 눈치를 줄 수도 있을것임. 가족 구성원으로써, 육체적 자식으로써 사랑으로 보살피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그렇지 않고 부담으로만 느끼는 인간들도 분명 있을 것이고 그런 사례들로부터 안락사 결정 압박을 줄 수 있는 광경이 생길 수도 있음. 무조건적으로 인간의 존엄이 지켜지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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